“매주 1시간 이상 영어로 영어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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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교육청이 3월 새 학기부터 중·고교에서 ‘영어로만 하는 영어수업’을 매주 1시간 이상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주당 영어수업은 중학교는 3~4시간, 고교는 4~5시간 이상이다. 영어평가 방식도 말하기·듣기 평가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08년도 중등 장학 계획’을 17일 발표했다.

김성기 교육과정정책 과장은 “실용영어 교육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대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또 초·중학교 22곳을 ‘영어전용교실 구축 시범학교’로 지정해 학교마다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어전용방송 수신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구축하고 듣기·말하기 수업이 가능한 교실을 늘려나가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주당 1시간 이상 ‘영어로만 하는 영어수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당 1시간 이상 영어로만 수업이 가능한 초·중·고 영어교사’는 전체(6000여 명)의 57.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서울 A고교 영어교사는 “당장 3월부터 시행하기는 교사들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며 “특히 고3은 수능에 맞춰 읽기·듣기평가 중심의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방향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영어수업 강화는 강제가 아닌 권장 사항”이라며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에게는 6개월 해외 연수 심사 과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개 고교에 15명 안팎의 영어교사가 있어 관심만 있다면 고3은 예외로 두더라도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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