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영국판 봉이 김선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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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최대의 음료회사인 코카콜라가 영국에서 수돗물을 정수해 생수병에 담아 팔고 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상술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폭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물은 과학'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코카콜라는 최근 700만파운드를 들여 영국 남동부에 정수공장을 짓고 이곳에서 정수한 물을 병에 담아 '다사니(Dasani)'라는 상표명으로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다사니가 순수한 물을 찾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소매가격은 500㎖ 한 병에 95펜스(약 2090원).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2일 현지 수도회사인 템스 워터가 500㎖에 0.0317펜스(약 0.69원)에 공급하는 수돗물을 코카콜라가 정수기에 한 차례 통과시킨 뒤 3000배 이상 비싼 값에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프스 청정지역에서 나온 물도 아닌 평범한 수돗물을 단지 푸른 색의 플라스틱 병에 담아놓고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미국 시장 2위의 음용수인 다사니는 첨단과학이 탄생시킨 최고의 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필터를 통과시킨 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역삼투압 정수기법을 사용해 완벽한 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너무 순수해 무미건조해진 물에 미량의 마그네슘과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을 첨가하면 최고의 물맛을 지닌 다사니가 탄생한다는 것이 코카콜라 측의 설명이다.

영국의 수도업계는 다사니가 결국 실패한 상품이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영국 수돗물의 99.9%가 수질 검사를 통과한 우수한 물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돗물을 정수한 물을 비싸게 사 마실 이유가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영국의 생수시장은 2002년 200억병의 생수가 판매돼 120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리며 18%의 성장세를 보였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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