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貨 폭락 원인과 전망-日 무역흑자 안줄이면 百藥무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달러폭락.엔폭등세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미국.독일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협조개입도 완전히 허사로 돌아간 형국이다.
7일 각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5엔선마저 맥없이 무너지자 외환전문가들은 『이제 80엔선 지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말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 폭락세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미국의 쌍둥이적자(재정.무역적자)및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가 시정되지 않는 한 달러약세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결론에도달했기 때문이다.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조 정하고 직접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이는 등의 단기처방으로는 달러하락세를좀처럼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독일 분데스방크가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 내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일본의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시장개입의 결단을 내렸지만 약효는 단 하루씩에 그친데서 그대로 입증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끝내 금리인하만은 주저하고 있는 것도 「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근 줄기차게 달러를 파는 대신 엔화를 사들이며 선진국 중앙은행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측은 과연 어디인가.
일본의 수출기업및 기관투자가,그리고 동남아 각국의 중앙은행이바로 주도세력이다.이들은 엔화에 대한 實수요자로 통한다.
먼저 일본 무역흑자의 첨병인 수출기업들은 달러를 쥐고있는 것은 전혀 실익이 없다고 보고 달러로 결제되는 수출대금이 돌아오는 족족 엔화로 바꾸고 있다.물론 앞으로도 달러약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의 대외 무역흑자는 한해 1천5백억달러에 달한다.
일본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해외에 달러형태로 투자해둔 자산을 계속 거둬들여 엔화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동남아 각국은과거 일본의 차관을 대거 끌어들여 경제성장을 추구한 결과 현재막대한 엔화부채를 떠안고 있다.그런데 엔화강세로 가만이 앉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더 늦기전에 준비통화 로 엔화보유비중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이 대표적인 나라다.동남아 중앙은행들은 달러약세 저지를 위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힘겨운 시장개입에 맞불을 놓고 있는 셈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 달러약세.엔고가 실수요자들에 의해주도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실수요자들은 단기 시세차익을노리는 것이 아니고 장기 보유목적으로 엔화를 계속 거둬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선진국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실 수요자들에 맞서는 것은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다.
지난 2월 달러약세가 촉발된 초기 국면에선 국제 「헤지펀드」등 투기적 수요자들에 의해 달러약세가 주도됐던게 사실이다.이들은 멕시코 사태이후 국제자금의 안전한 은신처로 엔과 마르크화가부상할 것이란 점을 간파,시세차익을 노리고 엔. 마르크를 집중매입했던 것이다.그러나 이들은 이미 충분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사실상 시장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제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실수요자들이 국제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사실은 지난 2월 엔화와 나란히폭등행진을 펼쳤던 독일 마르크화가 근래 상승대열에서 탈락하고 엔화만이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서 잘 드러난다.독일은일본에 비해 무역흑자가 덜하고 대규모 재정적자까지 안고 있어 마르크화에 대한 실수요는 엔화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최근 마르크화는 지난달 4일 기록했던 사상최고치(달러당1.34마르크)에서 한발 후퇴,달러당 1.38마르크 안팎에서 옆걸음질하고 있다.
이제 남은 해결책은 미국과 일본정부의 결단뿐이다.일본은 과감히 시장을 열어 무역흑자를 줄이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미국도 재정적자를 삭감하는 등 달러가치방어를 위한 단안을내려야 한다.그러나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일본은 최근 자동차및자동차부품 시장의 개방을 놓고 미국과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상황이다.엔고에도 불구하고 시장개방 확대만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국 태도도 일본과 다를 바 없다.미국 하원은 최근 대규모감세안을 통과시켰다.감세는 곧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국제 외환시장의 동요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金光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