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투픽쳐스 관계자는 기자에게 “MBC와 SBS 공히 시가는 5억원인데 회사 형편이 어렵다고 하소연해 그나마 1억원을 깎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획을 들고 가도 방송사에선 맡겨 보지도 않고 신생 제작사라 제작 능력이 없다, 이름 없는 작가라 안 된다며 편성해 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설립 5년이 넘도록 자체 기획물은 단 하나도 만들어 보지 못했다. 결국 가짜 실적을 따내서라도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길을 택했다.
“신생 제작사들은 부채를 갚기 위해서라도 드라마를 진짜로 한 번은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빚만 늘어 30억원이 됐어요. 대표가 간암으로 쓰러질 만도 했죠.”
이 제작사는 메이저 외주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의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도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 역시 실제 제작엔 참여하지 못하고 돈만 대는 역할에 그쳤다고 했다. 메이저 제작사도 군소 제작사를 ‘돈줄’로만 써먹을 뿐 ‘진짜 실적’을 쌓을 기회는 주지 않은 셈이다.
물론 방송사들도 ‘갈수록 광고 수입은 줄고 규제는 심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난 손해 안 볼 테니 넌 죽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가 방송 콘텐트 산업을 기형적 형태로 몰아갔음을 부인하진 못할 게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젊은 나이에 떠난 김 대표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함께 투자해 이득도, 손해도 나누는 건전한 파트너십이 아쉽다.
이경희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