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 대통령 표지석 잘못 해명” 사과했지만 ‘북한 퇴짜’ 속사정은 안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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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가 15일 지난해 10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들고 갔던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지 못한 이유를 잘못 해명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담당 실무부서에서 정확하게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전날 브리핑에서) 일부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본지 2월 15일자 2면>

천 대변인은 전날 “표지석은 당초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동 기념식수에 대비해 두 정상의 이름을 새겼지만 기념식수엔 김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해 표지석을 설치하지 않고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9월 30일 북측에서 ‘(표지석은) 노 대통령 단독 명의로 하자’고 제안해 단독 명의로 만들어 준비해 갔다”고 정정했다. 당초 정부의 표지석 설치 제안에 ‘김정일 위원장 명의를 새긴 표지석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던 북한이 정부 입장을 일부 수용했다는 의미다.

천 대변인은 “하지만 남북 양측은 기념식수 때 공동 식수자가 김영남 위원장으로 바뀌고 (표지석이) 주변 경관과 조화도 안 돼 설치하지 말자’고 의견 일치를 봤다”며 “양측 의전 담당자끼리는 물론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도 북측 고위인사와 협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정원과 북한이 협의해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당초 표지석(250㎏)보다 작은 70㎏짜리로 만들어 김 전 국정원장이 12월 18일 방북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표지석을 들고 갔다가 다시 가져온 이유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북한이 표지석 설치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표지석을 퇴짜 맞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표지석 크기를 축소한 것도 북한의 불편한 입장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표지석도 문제이지만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공동 기념식수를 한 자체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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