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문국현 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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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 전(前) 지도부가 14일 집단 탈당해 사실상 당이 와해됐다. 이정자 전 공동대표와 정범구 전 최고위원, 이근우 광주시당 위원장, 주선국 대구시장 위원장 등은 이날 탈당 대열에 합류했다.

이 전 대표 등은 이날 ‘창조한국당을 떠나며’라는 성명을 내고 “창조한국당은 끝내 1인 정당의 한계를 드러냈고 당의 진로와 정치적 현안들에 대한 다양한 토론 자체가 봉쇄되거나 무산될 수밖에 없는 당내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창조한국당을 통해 양극화와 금권 숭배, 성장 지상주의 등에 대항해 사람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새로운 시민정당을 건설하자던 애초의 다짐을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용경 전 공동대표와 대선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탈당을 미룬 상태다. 이 전 대표는 “탈당하신 분들과 논의를 함께했으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당의 존폐는 전적으로 문 대표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미 창조한국당을 떠난 한 인사는 “대선 비용 처리 과정과 전당대회 거부 등 문 대표의 파행적 정당 운영이 집단 탈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한킴벌리 사장 출신의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창조한국당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 14일 3000여 명의 발기인을 모아 창당하고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문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웠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후보단일화 제안을 끝내 거부했던 문 후보는 대선에서 137만여 표(5.8%)를 득표하면서 선전해 한때 총선에서의 역할에 기대를 모았다.

문 대표는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 “통합신당과 선거연합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곧 당은 내홍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돈이었다. 대선에 74억여원의 사재를 투입한 문 대표는 “집 한 채 달랑 남았다”며 비용 전액을 자신이 부담할 듯한 의사를 보였으나 분란 끝에 창조한국당은 지난달 25일 결국 이 중 62억원을 문 대표에게 차입하는 형식으로 회계처리했다.

지난달 31일 문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5명이 “문국현 브랜드로 만들어진 당인 만큼, 지금까지 비상임이었던 문 대표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 현안을 돌파해야 한다”며 전원 사퇴해 창조한국당은 1인 대표체제로 운영돼 왔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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