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타계 뒤 CEO 데뷔 1년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첫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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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여의도의 한진해운 9층 임원 식당. 초콜릿색 니트 투피스 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한 최은영(46·사진) 한진해운 회장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1m70㎝쯤 되는 훤칠한 키에 세련된 외모.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출입기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06년 11월 부군인 조수호 회장이 타계한 뒤 회사 일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여 만에 매스컴과 접촉한 것. 1시간40분가량 이어진 오찬 간담회 내내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경황이 없었다. 지난해 말 남편의 소상을 마쳤다. 나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다 보니 나서기 어려웠다.”

-경영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다. 회사 일은 박정원 사장 등 경영진이 알아서 하고 나는 뒤에서 회사를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업무는 알아야 하므로 계속 공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과거 히딩크 감독에게 모든 걸 일임했듯이 나도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

-한진그룹 계열에서 벗어날 생각은.

“계열 분리를 한다고 회사가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분가하라고 해도 부모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하지 않는가. 자연스럽게 때가 올 것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이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던 남편에게 ‘한진해운은 그대로 간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대한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는 여전하다.”

-한진가의 형제 싸움에 대해선.

“한진해운의 이익을 위해서는 누구하고도 손잡을 수 있다. 선박 발주 때 경제성을 보고 결정하고, 보험도 이득이 되는 곳과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현대상선을 운영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자주 비교된다.

“처한 입장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부인인) 변중석 여사 상가에 문상을 가서 인사를 나눴다.”

-생전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데 소감은.

“대학졸업 후 한 달 만에 선을 봐 결혼했다. 20여 년 만에 처음 사회에 나왔다. ‘여자라고 봐주는 것 없다’는 것과 ‘남자들도 잘 삐친다’는 걸 알게 됐다.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아서인지 남자들은 다 너그러운 줄 알았다.(웃음)”

최 회장은 신격호 롯데 회장의 조카다. 그의 어머니(신정숙 여사)가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다. 최 회장의 두 딸은 일본에서 공부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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