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법대 교수들 “로스쿨 반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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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려대 법대 교수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예비인가(4일)에서 120명의 입학정원을 배정받자 예비인가 반납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법대 교수 32명은 13일 긴급 교수회의를 열고 ‘로스쿨 예비인가 반납’ 여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최근 일부 교수와 동문을 중심으로 “정원이 적어 로스쿨 운영이 어려우니 예비인가를 반납하고 현행 학부·법무대학원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도 참석했다.

하경효 법대 학장은 2시간 동안의 회의를 마치고 “대학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를 법대 교수회의 의견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 학내 구성원·동문·학생 의견을 더 수렴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 학장은 “고려대가 책임 있는 대학으로서 현행 로스쿨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예비인가를 반납하자는 강경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32명의 교수 중 3~4명만 ‘고려대만 빠져서야 되겠나’라는 신중론을 펼쳤을 뿐 대부분 반납하자는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모교의 법조인 배출이 너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동문들의 항의 전화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는 “서울대처럼 150명을 배정받았더라도 대표적인 사립대로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대 교수들은 “이 총장이 예비인가 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고 상당수 동문도 마찬가지여서 반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의 ‘반납’ 움직임에 다른 대학들은 “용기 있는 논의다” “실현가능성이 작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립대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도 14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로스쿨을 신청했던 사립대 총장 10여 명이 모여 로스쿨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탈락 대학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내고 있고, 선정된 대학도 반발하고 있어 총장들이 대책 마련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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