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도 컷오프 … 물갈이 커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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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 예비후보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면접 심사를 마친 뒤 심사장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구로갑에 신청한 이범래·유영철·김기선씨. [사진=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4·9 총선 공천심사위원회가 연일 강행군 심사를 펼치고 있다. 공심위는 12~13일 서울 30개 지역의 후보자 200여 명을 여의도 당사로 직접 불러 서류 및 면접심사를 벌였다.

지역구별로 여론조사에 붙일 후보를 2~4배수로 압축하는 작업이다. 창당 이래 최고의 공천 경쟁률(4.82대 1)을 기록한 만큼 공심위원들은 점심 식사도 이틀 연속 도시락으로 때웠다. 한 공심위원은 “한 번에 하도 여러 사람을 봐서 그런지 나중엔 이름과 얼굴이 헷갈리더라”고 털어놨다.

높은 경쟁률 덕분에 이번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선 새로운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현역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공심위가 12~13일 심사한 서울 30개 지역구 중 3곳의 현역 당협위원장(옛 지구당 위원장)이 여론조사 대상에 들지 못했다. 예선에서 밀린 K·K·C 위원장 등은 사실상 공천 탈락이 확정됐다. 과거 지구당 위원장이 공천에서 아주 유리한 위치였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당내에선 당장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모두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예우’를 갖추긴 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지지율 높은 경쟁 상대에게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지역별 편차다. 일부 지역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이는 반면 일부 지역엔 ‘함량 미달’의 지원자들이 몰려 공심위를 고민에 빠뜨렸다. 그래서 “지역구 조정을 통해 좋은 후보자들을 최대한 많이 공천하자”는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측근인 권택기 비서실 정무기획팀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광진갑의 경우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이 신청하면서 혼전 양상을 띠게 됐다. 김 전 지검장은 법조계 중량급 인사인 데다 BBK 사건 등 각종 네거티브 대응과 관련해 이 당선인을 도와 대선 기여도도 인정받고 있다.

서울 성동갑에는 현역 위원장인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신청을 포기한 반면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진수희 의원이 신청, 구도가 확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신청 마지막 날 김 교수의 부인이자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큰딸인 권혜경씨가 도전장을 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 당선인의 측근인 진 의원에 맞서 권씨는 탄탄한 지역기반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 동작갑도 서장은 당협위원장과 유정현 전 SBS 아나운서의 경쟁이 예상됐지만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사장이 뛰어듦에 따라 3파전이 됐다. 그러나 홍 전 사장의 자녀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 당직자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많은 지역의 경우 조정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이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당과 공심위 차원에서 조만간 일부 신청자들에게 지역구 이전을 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률만 높지 눈에 띄는 후보자가 없어 ‘외화내빈’이란 평가를 받는 지역도 상당수 있다.

한 공심위원은 “4.82대 1의 경쟁률엔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서울 강북 지역이나 충청·호남 등의 후보자들이 약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당협위원장=당원협의회 위원장의 준말로 과거의 지구당 위원장에 해당한다. 2004년 정치개혁 바람 속에 선거법이 개정돼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린 지구당이 없어졌다. 그 대신 당원들의 모임인 당원협의회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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