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최철한 국수위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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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신예강자 최철한 6단이 세계 최강 이창호9단을 3대2로 격파하고 국수(國手)위를 쟁취했다. 어린 독사가 기어이 돌부처의 뒤꿈치를 물어버린 것이다.

기세등등하게 2대2까지 쫓아온 최철한은 2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국수전 최종전에서도 초반부터 강력한 파워를 앞세우며 리드를 잡아나갔다. 이9단은 꾸준히 기회를 보며 장기전을 도모했으나 최철한의 치밀한 수읽기에 가로막혀 종반까지 끌려갔다.

이9단은 반면 10집 차이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드디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으나 최6단의 빈틈없는 수읽기에 모두 사로잡히자 199수만에 돌을 거뒀다. 5국 모두 흑번 필승. 최철한은 4개월 전 따낸 천원(天元)타이틀과 함께 2관왕에 올랐다.

최철한은 지난해 최다승과 최고승률을 기록하며 일거에 정상권까지 치고 올라온 무서운 신예. 그런 최철한이 현역 최강자 이창호를 꺾었다는 것은 바둑계의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이창호의 벽을 넘어선 신예는 이세돌9단뿐인데 여기에 또 한명의 강자가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올해의 바둑계는 이창호를 이세돌과 최철한이 양면에서 협공하는 삼각체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최철한은 현재 기성전에서도 이창호에게 도전 중이다.

최철한은 1985년 서울생으로 두살 위의 이세돌과 권갑룡도장에서 함께 수학했다. 97년 프로가 되었고 2000년 농심배 국가대표로 나가 3연승을 거두며 진가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풍은 전형적인 역전형. 두터움과 탁월한 수읽기, 일발필도의 펀치력을 갖춘 인파이터다. 독사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 하여 동료기사들이 붙여준 별명.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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