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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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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경제에서 유대인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드물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서의 역할에 대한 연구 결과는 가끔씩 발표된 적이 있다. 미국 경제에서 유대인의 파워 비중에 대한 연구 결과 중 자주 인용되는 것은 헤브루 유니언대학의 앨프리드 고트샬크의 발표다. 그는 유대인이 미국 국민총생산(GNP)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대인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 로렌스 부시는 1998년 유대인이 소유하거나 직접 경영하는 기업이 미국 GNP의 8~10%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계는 미국의 헤드헌팅 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의 토머스 네프가 97년부터 99년까지 조사한 결과다. 그는 당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리더 베스트 50을 뽑았는데 그 중 8명, 즉 16%가 유대인이었다고 밝혔다.

유대인의 미국 내 인구비중이 2%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통계는 유대인의 성취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유대인은 세계 곳곳에서 교육.미디어.부동산.금융 등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유대인의 강세 분야가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미래산업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IT)분야다.

IT의 신화적 인물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븐 볼머,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인텔의 앤디 그로브,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블룸버그의 마이클 블룸버그는 모두 유대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 유대인의 후손인 '아슈케나지'로 대부분 미국에 이민 와서 뿌리를 내린 2세, 3세들이라는 사실이다.

IT업계의 세계적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 IT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과도 밀접한 사업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 비중이 큰 한국의 재벌들, 벤처신화를 타고 새롭게 스타로 부상한 벤처인들도 이들과 아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퀄컴의 경우는 최근 들어 무선인터넷 접속 플랫폼을 놓고 한국과 약간의 갈등을 겪고는 있지만 군수기술이었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의 대규모 상업화를 한국이 수행해줘 한국 덕택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유대인 연구가 중엔 한국 기업들과 이들 간의 협력과 갈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석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