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부른 '부메랑 담뱃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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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도림고가 앞 길. 가구 배달을 위해 1t 트럭을 몰고가던 林모(25)씨는 피우던 담배의 불씨를 끄기 위해 차창 밖으로 힘껏 담뱃재를 털었다.

그러나 담뱃재는 불씨가 남은 채 창문 안으로 다시 날아들었다. 차로 되돌아온 담뱃불은 林씨의 왼쪽 팔 부분에 붙어 옷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林씨는 불을 끄기 위해 허둥대다 전방을 제대로 보지 못 했다. 결국 핸들이 꺾이면서 차가 중앙선을 넘어갔다. 시속 80㎞로 달리던 林씨의 트럭은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승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승합차에는 다음날 있을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사고로 林씨와 승합차 운전자 金모(35)씨 등 8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던 승합차 운전자 金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가해자인 林씨를 포함한 나머지 7명도 다리뼈가 조각나는 등 중상을 입었다.

무심코 창밖으로 던졌던 담뱃재가 큰 화를 부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 경우 공기 흐름 때문에 다시 차 안으로 날아들 수가 있다"며 "이 경우 운전자 자신이 다칠 수 있으며 뒷좌석 탑승자들이 화상을 입거나 차에 불이 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양 다리가 심하게 부서진 林씨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중앙선을 침범해 사람에게 피해를 준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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