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부의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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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90년대 후반 주식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없이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만질 꿈을 키웠다.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산 증대가 따르지 않는 주가 상승이나 추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계속되기 어렵다.

영국 경제학자인 로저 부틀은 지난 10년간 우리는 이 같은 '부(富)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거품이 꺼지는 순간) 세계 경제는 엄청난 고통 속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식과 부동산 거품 붕괴는 디플레이션을 초래해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주택시장 붕괴나 연금의 지급불능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은 세계 경제 성장엔진을 꺼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부틀은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탈출 방법을 제시한다. 지식축적과 기술발전과 같은 무형자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선진국들은 유례 없는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고, 후진국들은 자유무역을 통해 선진국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부틀은 이를 '부의 선순환'이라고 정의한다. 부의 선순환은 과거 주식시장에서처럼 엄청난 부를 한번에 챙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환상이 아닌 '진정한 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부틀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처방도 빼놓지 않는다. 재정이 건전한 나라들은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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