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문활용교육 NIE현장 李貞均 원당국교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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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교과서만 가지고는 어린이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길러주는데 한계가 있어 갖은 궁리끝에 신문을 교실로 끌어들였습니다.어린이들이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어 하며 수업도 한결 활기차게 되더군요.하지만 그 효과가 이 정도로 클줄은 미처 몰랐습 니다.』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을 실천하면서 그 경험을 정리,지난해『신문으로 공부하자』라는 책을 펴낸 경기도고양시 원당국민학교 이정균(李貞均.36)교사.막연한 기대로 NIE란 광맥을 파내려가다 보니 뜻밖에도 교육적 가치가 무궁무진한「노다지」더라고 말한다.
신문에서 기사를 오려내 이야기를 꾸며보거나 보도된 내용의 후속기사 써보기 등 무엇을 하든 흥미를 보인 어린이들이 1년쯤 지난후 달라진 모습은 李교사 자신도 놀랄 정도.어휘력이 크게 늘었을 뿐더러 대부분의 어린이가 가장 어려워하던 글쓰기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더라는 얘기다.
처음에는 신문을「아빠가 화장실 갈때 들고가는 것」「야외에서 엉덩이 깔개로 쓰는 종이」쯤으로 여기던 어린이들이 신문을 통한세상 읽기에 눈뜨는 모습은 李교사를 흥분시키기 일쑤.때로는 놀라운 분석력.통찰력으로 기사에서 미진한 점이라든 가,인터뷰 인물의 잘못된 자세 등 李교사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을 종종 찾아낸다고 전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은 수없이 많아도 이렇다할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경우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신문이야말로 그중 상당부분에 대한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믿습니다.』 NIE는5년마다 바뀌는 교과서로는 하기 힘든 바로「오늘」에 대한 교육도 가능케 한다는 李교사.고등학교 때까지는 얌전하던 우등생들이대학생이 되면서 과격한 현실참여주의자(?)로 변해 폭력시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과 동 떨어진 교과서만 가지고 12년간 씨름하는 교육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여긴다.
『국민학교 때부터 NIE로 교과서와 현실의 간격을 메우며 건강한 비판의식을 익힌다면 대학생이 돼 비로소 맞닥뜨린 현실에 놀라고 배신감을 느낄리 없잖습니까?』 NIE는 교육현장의 무수한 고민거리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李교사는 강조한다.예컨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주5일제 수업에서도 그 주일동안 가장비중있게 다뤄진 기사를 모아보고 그 현장을 답사하는 것도 좋은방법. 외국에 대한 공부라면 월드컵이라든가,대통령 해외순방기사에 나오는 나라들에 대해 조사해 보게 하면 효과만점이다.미술시간에는 다양한 글씨체며 색의 대비.조화 등이 응용된 컬러 지면을 가지고 어린이들이 전달하려는 내용이 가장 돋보이는 포스터를만들어볼 수도 있다.방학중 능력별 과제물로도 NIE는 나무랄데없는 방법이다.
대학교수의 부친 살해 사건처럼 부정적인 기사도 적지 않은 신문을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도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李교사는 말한다.어린이들이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동안 교사가 적절한 길잡이 역할만 한다면 그런 부작용쯤은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NIE는 열린교육.미디어교육.진로교육 등에도 널리 응용될 수있다.李교사는 이 비옥하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처녀지 NIE를 일구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땀흘릴 교사들의 모임을 아쉬워한다.다행히 요즘들어 NIE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원당국교 동료교사들 사이에는 NIE연구모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빗발치는 일선교사들의 질문과 보충자료 요청도 李교사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격려요,자극이다.
『이제 뜻있는 교사들의 NIE실천사례와 성과를 모아 정리해내면 더 많은 교육현장에서 NIE가 폭넓게 활용될 겁니다.NIE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을 위한 연수 및 경험 교류의 기회가 생기면 금상첨화겠지요.』 가정에서도 학부모가 기사를 함께 스크랩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가족간 대화가 풍부해지면서 독서지도와 진로지도까지 겸할 수 있다고 李교사는 권한다.더구나 선진국처럼 신뢰할 만한 주요신문사가 NIE를 염두에 두고 교육적활용가치가 높은 기사를 자주 실어준다면 학교와 가정에서 NIE가 뿌리내리는데 한결 도움이 되리라고 말한다.
『갖가지 사회문제나 현상에 대한 나름의 시각과 입장을 담은 학생들의 글도 자주 신문에 실어주면 미래의 주인공들이 그 살아숨쉬는 역사에 동참케하는 기회가 될겁니다.』 청주교대를 졸업,방송통신대 행정학과와 성균관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한 李교사는 올해로 교사생활 15년째.마침내 평생을 걸고 씨름해볼 만한 새교육방법론을 찾았다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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