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이 미는 시진핑 ‘후진타오 후계자’ 굳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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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시진핑(習近平·54·사진) 상무위원이 이달 하순 개최될 제17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11일 보도했다. 군사위 부주석 선임은 중국 권력의 핵심인 당과 군을 장악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어서 시 상무위원이 사실상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계자로 확정됐음을 뜻한다.

그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태자당(太子黨·전직 고위 간부 출신 자제)의 지지를 받고 있어 차기 중국 권력의 주도권이 후 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에서 태자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소식통은 “중국 5세대 핵심 지도자로 후 주석의 지원을 받은 리커창(李克强) 정치국 상무위원과 시 상무위원이 경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리 상무위원은 상무 부총리를 맡아 국무원을 책임지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그를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임하는 것은 그에게 군 지휘와 국방업무를 익힐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상무위원은 다음달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격)에서 퇴임힐 예정인 차오강촨(曹剛川) 국방부장 겸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자리를 물려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17기 중국 공산당의 중앙군사위는 주석인 후진타오와 시진핑·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등 3인의 부주석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상무위원은 현재 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당교 교장을 겸직하고 있다.

당초 후 주석이 1992년 14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한 지 7년 만인 99년 15기 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랐던 전력에 비춰 시 상무위원의 중앙군사위 진입은 일러도 2010년에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5년 후인 2012년에 권력 승계가 이뤄지면 후임자가 군 업무를 익힐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군사위 부주석직 인계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상무위원은 전인대 부위원장과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다. 인민해방군 내 태자당 계열 인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군 장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9~82년 중앙군사위 판공청 비서를 지낸 경력이 있어 군 업무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시(陝西)성 푸핑(富平) 출신으로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 법학부를 나왔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한 법학박사다. 푸젠(福建)성장과 저장(浙江)성 당서기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상하이(上海) 당서기를 역임했다. 중국 국민가수이며 인민해방군 소장인 펑리위안(彭麗媛)이 부인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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