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회 혼란 걱정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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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이경숙 인수위원장, 김형오 인수위부위원장(오른쪽부터) 등과 함께 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에 탄 숭례문을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얼굴은 침통했다.

이 당선인은 11일 오전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변경한 채 대통령직 인수위의 이경숙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과 함께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 사고 현장을 찾았다.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이 당선인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굉장히 높은데 어떻게 사람이 올라가 불을 붙였느냐”며 사고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도 계속 “높이가 3m가 넘는데 사람이 어떻게 올라갔느냐” “밤에는 못 올라가게 돼 있는데…”라며 “(범인이) 의도적인 전문가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범인이) CCTV에는 찍혀 있느냐”고 경찰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로부터는 “네 개가 켜져 있는데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당선인은 “숭례문을 중건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텐데 화재가 났으니 국민의 가슴이 아플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도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액땜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불상사가 생겨 민심의 동요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용익 사회정책수석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매우 불행하고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사고로 침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中>가 11일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소방방재청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새벽에도 현장을 찾았었다. [사진=김대성 대학생사진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전날 밤 사고 소식을 들은 뒤 0시40분에 현장에 도착해 숭례문 2층 지붕이 붕괴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봤다. 오전에 다시 사고 현장을 찾은 손 대표는 “국보 1호가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다섯 시간이나 불타며 무너져 내리는,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재난 관련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고, 문화재 보호를 이렇게 허술하게 했나를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우리가 책임지고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자세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김학원 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오전에 사고 현장과 남대문 경찰서를 찾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1일 당직자들과 함께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최영진 대학생사진기자 (후원:Canon)]

사고 현장을 찾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와서 처참한 모습을 보니 국민 모두가 참담한 심정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글=신용호 기자 , 사진=김대성·최영진 대학생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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