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臥身嘗膽-목적달성위해 쓸개먹고 땔감위에 누워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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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춘추시대 오월(吳越)은 앙숙지간이었다.오왕 합려(闔閭)가 월을 치다 죽게 되자 아들 부차(夫差)에게 유언을 남겨 원수를 갚으라고 했다.부차는 잠자리부터 바꾸었다.호화로운 궁전에서 비단 이불을 덮기보다는 장작더미 위에 누워 잤다(臥 薪).
이 사실을 안 월왕 구천(句踐)이 선수를 쳤지만 대패해 사로잡히고 말았다.부차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원수를 갚은 셈이다. 이때 구천은 부차의 신하가 되기를 자청했다.목숨이란 한번 죽으면 없어지는 것,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잠시의 치욕쯤은 참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부차는 승자(勝者)의 아량을 발휘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받아들였다.그러나 누가 알았으랴.이번에는 구천이 복수의 칼을 갈았다.그는 방의 서까래에다 쓰디 쓴 돼지 쓸개를 매달아 놓고자나 깨나 하았다(嘗膽).이렇게 하기를 십여년 .부차가 자신에대한 방비를 게을리한 틈을 타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대패시키고 이번에는 부차를 사로 잡았다.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구천 역시 호의를 생각해 그를 살려줄 생각이었지만 부차는 구천의 호의를 거절하고 깨끗이 자결을 선택했다.이리하여 구천은 최후의 승자가 됐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고(刻苦)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적어도 그 정도의 인내와 노력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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