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교·새 학년·새 친구…개학증후군, 대화로 풀~자

중앙일보

입력

긴 방학과 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 당분간 연휴는 없다. 마음 잡고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할 때다. 그러나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며 짜증을 낸다면 ‘개학증후군’을 의심해 볼 일이다.

긴장된 학교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등교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쉽다. 부모들이 공부 좀 해라, 빨리 일어나라고 채근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육기환 교수는 “개학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갑자기 복통·두통·구토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목에 무엇이 걸린 듯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대고 훌쩍거리는 행동, 눈을 깜빡거리는 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불안감, 등교 거부, 학습 부진 등 적응 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 필요
아이들은 보통 부모에게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 육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투정·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대충 덮어두고 넘어가면 문제가 커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아이의 기분에 맞춰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친한 친구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또 가정에서의 생활지도에도 신경써야 한다. 느슨해진 방학생활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아침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등 규칙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습관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 TV나 컴퓨터 이용시간을 점차 줄이고,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한다. 단, 낮잠은 금물. 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좋아하는 책을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중독 안되게 주의
서울 K초등학교 5학년 김모군은 방학 동안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살았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서 김군의 생활 관리에 신경을 못 쓴 탓이다. 개학을 하고나서도 마찬가지. 수업 시간에 게임 생각만 하느라 멍하니 앉아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부모는 아이의 생활을 지도·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도록 하고, 중독의 심각성을 일깨워줘야 한다. 구체적인 생활계획표와 점검표를 만들어 게임 시간을 줄이도록 한다. 육교수는 “꾸짖기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집 밖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교사·전문가의 도움 받아라
겨울방학이 끝나는 시점은 새로운 학교·학년·친구들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으로 인해 개학증후군을 호소하기 쉽다. 또 학교에서 경험했던 작은 사건들 때문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숙제가 많았거나, 선생님께 꾸중듣는 것이 무서웠거나, 친구가 욕을 해 놀랐거나 해서 학교에 가기 싫어할 수도 있다. 개학증후군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경험할 수 있다. 시일이 지나도 등교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분당 S중학교 2학년 최모양의 어머니는 최양이 개학 후 몇 주가 지나도록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며 학교 가기를 거부해 아이와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방학 전 사이가 좋지 않아 다툼이 많았던 친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했음을 알게됐다. 아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전문의는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와 잠시 거리를 두라'거나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가보라'고 조언했다. 이를 잘 따른 덕분에 최양은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할 수 있었다.

괴롭히는 친구가 있는 경우에는 아이가 표현하지 않더라도 심각하게 여기고 대처해야 한다. 최양의 경우처럼 가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엄마와 함께 그림놀이를
미술치료사 김소연씨는 “간단한 활동을 통해 개학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입학 전 아동이라면 학교상상화를 그려보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혹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싶은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즐거운 기대감을 심어준다. 반대로 학교에서 제일 공포스러운 것, 싫은 것을 그려보게 하고 이야기해도 좋다. 그리고 난 뒤엔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엄마가 그림을 통해서 너의 마음을 잘 이해했어' 등의 말을 꼭 건넨다. 아이에게 지지를 보내고 믿음을 심어주므로 학교생활에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든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고학년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럴 땐 학교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리스트로 만들어 꾸며보는 것도 방법이다. 꼭 글을 쓰지 않아도, 잡지에서 주제와 맞는 사진·글을 오려 붙이는 것도 흥미로운 놀이가 된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도움말=분당차병원 정신과 육기환 교수

TIP
■ 우리아이 개학증후군 체크하세요

- 학교 가기 싫다고 자주 표현하고 핑계를 댐
- 배앓이, 두통 등이 잦거나 다른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함
- 등교 전 아침마다 신경질과 화를 냄
-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악몽을 자주 꿈

■ 등교 스트레스를 부추기는 부모의 말은…
"애들은 당연히 학교에 가야하는 거야!" (아이들도 때론 철학적·논리적인 설명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왜!" (이유를 듣고 싶어서라기보다 혼을 낼 때 쓰는 단어다. )
"그래 가지마! 니 손해지, 내 손해니?" (귀찮다는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