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가 섹스물?

중앙일보

입력

<태극기 휘날리며>가 하드코어 섹스 영화?

전국 8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인기 몰이 중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필름, 강제규 감독)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최대 영화전문 사이트인 IMDB에서 '하드코어 섹스 영화'로 분류돼 충격과 함께 황당함을 안겨주고 있다.

2일 오전 현재 IMDB(www.imdb.com) 사이트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Taegukgi hwinalrimyeo'라는 영문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장르를 설명하는 항목에서 war(전쟁), adult(성인)에 이어 hardcore와 sex 항목까지 추가돼 있는 것.

추가(more)항목이라 <태극기 휘날리며>의 메인 화면에서는 눈에 띄지 않으나 추가항목을 클릭하면 'Plot Keywords for Taegukgi hwinalrimyeo(2004)', 즉 '<태극기 휘날리며>의 구성에 관한 키워드'라는 제목으로 하드코어와 섹스 장르가 잇따라 표기돼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휴먼 전쟁 액션 영화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사실적으로 전쟁 장면을 묘사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동시에 가족애와 형제애를 부각시킨 휴먼 드라마로 객석에 최루탄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 영화를 두고 하드코어 섹스 장르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인 것. 영화를 아예 보지 않고 올린 분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전쟁 신에서 폭탄에 병사들의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등의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는 전쟁 영화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극사실적인 전쟁 신으로 각광받았던 할리우드의 <블랙호크 다운> 역시 IMDB 어디에서도 하드코어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볼 때 이는 너무나 황당한 장르 구분이다.

또한 섹스 영화라는 설명도 어처구니가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 홈페이지에 이를 고발한 '제안자'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IMDB의 이 같은 처사를 두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포르노 영화라는 얘기냐'며 황당해하면서 '관계자들이 빨리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동건과 이은주가 연인으로 출연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묘사된 러브신이라고는 찰나의 수줍은 입맞춤이 고작이다.

섹스신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이를 섹스영화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는 등 <태극기 휘날리며>는 세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나아가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불거진 얼토당토 않은 '오보'인 만큼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시급하다.

일간스포츠=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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