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팀, 박지성 공포 "못올줄 알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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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보다도, 사스보다도 더 지긋지긋한 '공한증', 이번엔 없다."(중국)

"'공한증'은 영원하다."(한국)

마침내 한.중전이 열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축구 본선티켓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3일 오후 7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정면 충돌한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국은 이번만큼은 '공한증'을 털어내겠다며 기세등등하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한.일전에서 0-2로 발목이 잡혀 홍역을 치른 한국은 여전히 여유만만이다. 1일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박지성(23.아인트호벤)의 가세가 천군만마이기 때문이다.

3일 한.중전의 선봉은 단연 박지성이다. 월드컵과 유럽에서 얻은 경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적인 능력은 양팀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박지성이 한.중전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부분은 '한국 올림픽팀에 리더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공한증' 타도를 외치는 중국이 박지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

실제 1일 오후 4시 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선수단은 '30분 뒤 박지성이 입국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지성 이천수 등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맹활약한 해외파들이 한국 올림픽팀에 합류하지 못할 것으로 지레짐작했다가 느닷없는 박지성의 입국 소식에 크게 놀라고 만 것. 그만큼 박지성은 중국에게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2일 오전 박지성의 구체적인 쓰임새와 관련, 언급을 회피한 김호곤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박지성은 경험이 많은 선수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경기를 리드해줄 수 있는 선수가 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지성을 취약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나 투톱 바로 아래 위치에 두고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길 전망이다.

지금까지 김 감독이 누누이 지적해 온 올림픽팀의 약점이 바로 리더가 없다는 점이었다. 경기 중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 선수들을 추스르고 경기를 리드해줄 선수가 없어 단숨에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요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 레바논전에서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를 과시했고, UEFA(유럽축구연맹)컵 페루자전에서도 팀내 최고의 활약을 했다. 박지성은 1일 귀국 직후 "요즘 컨디션은 네덜란드 진출 이후 최고다. 한.일전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며 한.중전 승리를 자신했다.

일간스포츠=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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