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브프라임 부실 커져야 돈 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로 오히려 돈을 버는 금융사도 나올 전망이다.

미국 증권사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선물 거래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매도(쇼트)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할 경우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 보도했다.

마치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보는 대주 거래처럼 금융사들은 외환·채권·상품 등을 매매할 때 향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반대의 경우 매수(롱) 포지션을 취해 이익을 내려 한다.

미국 5위 증권사인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큰 타격을 받아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었다. 통신에 따르면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취한 매도 포지션은 지난해 11월 6억 달러 규모였으나 최근 이를 10억 달러 규모로 늘렸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자산으로 한 유동화 증권인 부채담보부채권(CDO)의 보유 비중도 줄였다.

샘 모리나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투자자 회의에서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대한 위험을 크게 낮췄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악화될 경우 10억 달러가 넘는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의 러셀 셔먼 대변인도 “매수 포지션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자사가 운용하던 2개의 헤지펀드를 청산했다. 또 지난 4분기 자산 가치 하락으로 8억5400만 달러가량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고정수입의 30%가량을 부동산 담보 대출과 관련 채권 투자에서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스턴스는 지난해 8월 말까지도 서브프라임 관련 거래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이 여파로 지난해 주가가 46% 급락했고, 지난달 최고경영자(CEO)이던 제임스 케인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에 대해 모리나로는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충분히 보수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게 최대 실수였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