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Life] 설 연휴 후유증, 특효약 없다는데… ‘가정 요법’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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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설 후유증으로 감기·몸살·독감을 앓고 계시지는 않으세요?” 설 연휴는 감기·독감에 걸리기 쉬운 조건을 두루 갖췄다. 장거리 운전·음식 장만으로 과로하기 십상인 데다 잠자리가 바뀌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윷놀이·고스톱 등으로 신체활동량은 줄어들고, 생체리듬이 깨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한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면역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가족 중 감기 환자가 한 명 있으면 온 가족이 ‘바이러스의 저수지’에 빠지는 것이다. 문제는 ‘콜록 콜록’거리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특효약이 없다는 것이다. 병원체인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2세 이하 어린이에겐 감기약을 먹이지 말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고까지 나왔다. 연휴 후유증 감기·몸살, 어떻게 극복할까.

 ◇열이 나도 1∼2일 지켜본다=열이 오르면 사람은 황급히 해열제부터 찾는다. 이는 열이라는 인체의 자연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행위다. 열이 나면 몸에서 바이러스를 죽이는 단백질이 많이 생성된다. 따라서 38도 이하의 가벼운 열일 경우 약을 먹지 말고 하루 이틀 견디면 감기에서 일찍 벗어날 수 있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조희경 교수는 “기침·콧물도 감기 치료에 유익한 신체 반응”이며 “이는 기도·코 안에 쌓인 쓰레기(몸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긴 분비물)가 기침·콧물과 함께 몸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기 증상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기침·콧물약을 복용하면 이런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몸을 따뜻하게 한다=감기·독감은 결국 우리 몸의 자체 힘(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면역력이 강화된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노화비만학과 최송희 교수는 “체온이 0.5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5%나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반대로 1도 오르면 면역력은 6배 증가한다”고 조언했다. 한기를 느낄 때 감기·독감에 잘 걸리는 것은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감기 환자는 담요로 온몸을 잘 감싸는 등 보온에 신경을 쓰고, 염증 부위에 핫팩을 올리는 것이 좋다.

독일의 전통 물 치료센터에선 감기 환자에게 족욕을 권한다. 적당히 뜨거운 물 2L에 겨자 가루 1숟갈을 푼 뒤 이 물에 발을 하루 2번(한 번에 10분) 담그게 한다.

◇코를 따뜻한 소금물로 린스한다=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태경 교수는 “코가 막혔을 때 따뜻한 소금물로 코 안을 씻어주면 증상이 가벼워진다”며 “특히 어린이에게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코 안의 바이러스를 내보내고 콧속 점막의 습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란다.

실제 감기·독감에 걸린 6~10세 어린이 289명에게 하루 세 차례 소금물로 코를 세척했다(‘아카이브 이비인후과학, 두경부외과학’지 올 1월호). 3개월 뒤 이들을 기침·감기약을 복용한 어린이(101명)와 비교한 결과, 소금물로 린스한 어린이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웠고, 학교 결석률도 낮았다. 감기 환자용 소금물은 보통 소금 1/4 찻숟갈+베이킹 소다 1/4 찻숟갈+따뜻한 물 230mL를 섞어 만든다. 공기주머니가 달린 주사기를 이용해 콧속에 뿌린다. 왼쪽 콧구멍에 소금물을 넣을 때는 오른쪽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막는다. 두세 번 반복한 뒤 다른 쪽도 세척한다. 주사기가 없으면 한쪽 코를 막고 다른 쪽 코로 소금물을 흡입해본다. 코점막이 예민한 사람은 다소 고통스럽지만 할 만하다.

◇뜨거운 허브차를 마신다=뜨거운 차나 물은 코가 막히는 증상을 완화하고 탈수를 예방한다. 수분 공급은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전주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는 “감기 초기엔 생강 조각과 계피 30g+고수풀 씨+정향나무 잎 20g+레몬 1조각+물 500㎖를 2시간마다 한 컵씩 마시는 것이 좋다”며 “꿀을 타 마셔도 괜찮다”고 말했다.

허브차+꿀 1찻숟갈+위스키나 버번 1잔을 섞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때 알코올 양이 지나치면 점막 염증이나 탈수를 일으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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