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런던필 協演을 보고-커튼콜 10번 세계정상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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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0번의 커튼콜과 3곡의 앙코르」.
박수갈채와 함께 무대에 나타난 조수미는 다양한 인사법으로 프리마 돈나다운 무대매너를 과시했다.정상급 교향악단과의 협연이라더욱 관심을 모았던 이번 내한공연은 예상대로 매진사태를 보였다.협연자가 조수미인지 런던필인지 분간할 수 없었 다.
조수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찌를듯한 고음으로 관객을 압도했다.자연스런 음역 전환,화려한 콜로라투라 기법 또한일품이었다.
다소 지루할 정도로 반복이 심한 펠리샹 다비드의 『브라질의 진주』중 「미조리의 노래」와 15만장이 팔린 앨범 『새야새야』의 타이틀곡으로 워밍업을 끝낸 후 번스타인의 『캔디드』중 「화사하고 즐겁게」에서 화려함의 극치에 도달했다.그러 나 고음의 피아니시모에서는 힘이 부족한 듯했고,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음향에 짓눌린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유명 악단들의 내한무대일수록 청중들의 평균적 수준은 떨어지는법.대중취향으로 치달은 전반부의 여파 때문일까.모차르트의 『프라하』교향곡에서는 별탈없이 넘어갔으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에서 아니나 다를까 악장이 끝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박수가감동의 여운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조수미는 앙코르곡으로 『보리밭』과 『그리운 금강산』을 들려줘「한국가곡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그러나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반주부를 오케스트라를 위해 물량적으로만 확대시킨 편곡수준은 낯뜨거울 정도였다.
프로그램에 채동선이 편곡한 것으로 되어 있는 『새야새야』는 「채동선 채보,아널드 프로베르빌 편곡」이 옳다.이 곡은 발성과편곡이 감미로운 무드음악을 연상케 해 비극적인 가사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란츠 벨저 뫼스트는 젊은 혈기도 좋지만 필요 이상의 큰 지휘 동작을 구사하는 바람에 음악적 구심점을 놓치는 결과를 빚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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