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vs 채권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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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26면

설 연휴를 마친 주식 투자자들 앞에 반갑지 않은 뉴스가 버티고 있다. 한국 증시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증시가 또 다시 급락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경기 하강이 주택·제조업 부문에서 서비스업 쪽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 지표로 확인된 게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러다간 금융부실의 도미노가 기업(회사채)과 가계(신용카드)까지 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연휴 기간 중의 이런 악재들은 이번 주초 국내 주가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코스피지수 1600선에 구축된 방어벽이 다시 한번 시험에 들 것으로 보인다.

요즘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 하강기에 주식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절감하고 있을 법하다. 달리 방법은 없다.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틸 심산으로 눈 딱 감고 장기전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투자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다른 대체 투자수단을 찾든지 선택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주목을 끄는 게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행보다. 요즘 채권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채권금리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6.11%까지 올랐던 국고채(3년 만기) 금리는 현재 5.14%까지 내려왔다. 채권값이 이렇게 오르면서 1월 중 채권투자 수익률은 평균 2.5%에 달했다. 별 볼일 없는 수익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를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무려 30%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15%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그 의미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

채권 투자는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 등의 자금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쪽에 베팅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쪽에 베팅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33조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사재기하더니, 올 들어서도 5조원어치의 채권을 더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의 주식 순매도액(지난해 25조원, 올 들어 8조5000억원)을 능가하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아 해외로 빠져나가기보다는, 한국 채권으로 옮겨 타 재미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주식 비중을 줄여 그 돈을 채권에 일시 파킹해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주식으로 언젠가는 다시 옮겨올 성격의 자금이 많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물론 그때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의 수익이 다시 좋아질 조짐을 보여야 한다.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내내 줄어들었던 채권형 펀드는 지난 1월 중 1조4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아직은 단기 상품 위주지만 달라지는 투자형태를 읽어볼 수있다. 증시의 장기침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투자 곳간에 어느정도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는 전략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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