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신고 첫 50배 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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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로 30만원을 받은 유권자들이 선관위에 이를 신고, 받은 액수의 50배인 150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게 됐다. 선관위가 4.15 총선을 앞두고 '돈봉투 단속 강화'방침을 내건 뒤 신고 유권자가 50배 포상금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용인에서 총선에 나설 후보자의 부인인 李모(62)씨를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신고한 유권자를 포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李씨는 지난달 23일 용인시 중앙동 한 회관으로 찾아가 모 단체 대표 2명에게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며 10만원이 든 봉투 두 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자리에 없던 또 다른 단체 회장 책상엔 같은 봉투 한 개를 두고 가는 등 모두 3명에게 3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고발장과 함께 李씨가 건넸다는 봉투 세 개를 증거물로 검찰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이번 신고자 3명에게 500만원씩 모두 1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돈 선거 추방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신고.제보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李씨 측은 "후보자 부인이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수행원이 봉투를 건넨 것"이라며 "그쪽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돈봉투 돌리기'는 불.탈법 선거운동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혀왔지만 관계기관에 의한 적발실적은 적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2002년부터 불법사실을 신고한 유권자에게 1명당 1천만원 이내에서 포상하도록 하는 등 포상 기준을 강화해 왔다. 또 이번 선거부터는 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유권자의 경우 받은 돈의 50배를 과태료로 내도록 하는 등의 기준도 마련했다.

선관위가 포상제를 강화함에 따라 은밀한 돈봉투 전달에 대한 신고가 확산돼 선거 문화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15 총선이 끝난 뒤에도 강화된 방침 때문에 상당수 당선자에 대한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후보자들의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가 위축될지 주목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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