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계속뛰는 전세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아파트 전세값이 계속 오르자 서울서 신도시로,신도시에서 다시외곽으로 빠져나가는 현대판 유민(流民)들이 줄을 잇고있다.분당의 경우 전세수요의 30%를 강남에 직장을 두고 있는 서울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분당에서도 살 수 없는 세입 자들은 수지로,수지에서 밀려나 다시 신갈로 빠지고 있다.지난해초 5%선이던전국 중소형아파트 전세값 상승률은 올들어 10%를 웃돌고 있다.일각에서는 전세값 폭등이 매매값을 조만간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서울의 전세값 파 동이 신도시로 파급되며 신도시와 신도시 외곽의 전세값이 동반상승하는 도미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전세값이 왜 이처럼 뛰며,얼마나 올랐고,언제까지 오를 것인지 현장을 중심으로 집중취재했다.
[편집자 註] ◇전세값 상승폭=서울 전세값은 32평기준으로 1년전보다 1천5백만~3천만원씩 올랐다.잠실주공 32평형의 경우 1억1천만~1억1천5백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비슷한 평형의 압구정 구현대(33평형)는 8천5백만~9천만원,문정동 훼밀리 (32평형)는 1억~1억1천만원,목동1단지(30평형)는 8천만~8천5백만원,상계주공4단지(30평형)는 6천5백만~7천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신도시중에선 평촌이 올들어 전세값 급등에다 극심한 품귀현상을보이고 있다.
특히 32평형이하 중소형이 크게 부족,이 평형대의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값은 연말에 비해 평형에 따라 1천만~1천5백만원씩 올랐다.향촌마을 롯데 33평형은 7천만원,목련단지선경 36평형은 8천만~8천5백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그나마 물건이 달려 거래가 극히 부진한 형편.
일산도 매물이 달리기는 마찬가지다.연말대비 오름폭은 평형에 따라 5백만~1천5백만원.서울서 일산보다 가까운 행신쪽은 매물부족이 더욱 심각해 부르는 게 값이다.5월 입주분까지 이미 전세계약을 마친 상태.
반면 분당은 전세값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물량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5월 입주예정 대기물량도 있다.전세값은 32평형 기준으로 시범단지가 7천만원,양지마을이 6천5백만원선.연말에 비해5백만원 가량 올랐다.
◇상승원인=우선 이사철.새 학기 시작.결혼시즌등 계절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에 따라 일시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이 전세로 옮기면서 생기는 수요도 전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서울에서 재개발사업이 진행중인 곳은 80개 구역 4만3천동.이는 10만여 가구 분으로목동아파트단지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실명제 실시후 매매값 안정전망에 따른 전세선호경향도 수요증가를 유발,전세값을 밀어올리고 있다.집값이 안정되면서 자기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 같은 돈으로 넓은 집에 살려는 심리의 확산도 전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또 집값 안정 으로 자기집유지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전세로 옮기고 그 차액을 유가증권등에 투자하려는 경향도 전세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전세기간 연장도 절반정도밖엔 지켜지지 않고 있으나 사실상 전세값 상승을 조장하고 있다.
◇전망=계절요인으로 인한 수요가 진정되고 수도권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하는 4~5월께면 전세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설 것으로전망된다.그러나 보합세로 가다 가을 성수기인 8,9월께 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최근 2~3년새 전세값은 철따 라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평촌의 경우엔 입주가 거의 끝나 더이상의 물량공급은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전세값 오름세도 따라서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의 지자체선거가 전세값의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조주현(曺周鉉)건국대 부동산학과교수는 그러나 『대도시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입자를 의식,후보자들이 전세문제를 이슈화해 정책대안들을 쏟아내고 개발공약을 남발할 경우 전세 값이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LG경제연구원은 한편 일부의 우려와 달리 최근의 전세값 급등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기사 33面〉 특별취재팀=李必宰.申成湜.金炫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