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심 예산’ 4500억원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말 ‘2008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선심성 예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예산안에는 아예 없었거나 적은 금액만 배정됐던 도로·체육시설 건립 등 민원성 지역 예산을 4500억원가량 늘렸다.

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안에 없던 도로 건설과 전철 복선화 예산을 총 775억원(28건) 끼워 넣었다. 당초 안보다 예산을 증액한 도로 건설 사업도 3753억원(112건)에 달했다. 이런 예산은 대부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의식한 의원들이 끼워 넣은 것이다. 예컨대 국회는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상남리와 하남리를 잇는 31번 국도에 오미재고개 터널을 뚫기로 하고 10억원의 설계비를 책정했다. 이 고개는 경사가 급한 편이지만 교통량이 적어 터널을 만들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건교부는 이 예산을 책정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의 요구로 예산이 추가됐다.

강원도 춘천~동면 등 6개 구간의 신규 도로 설계비도 국회에서 10억~20억원씩 배정했다. 포항 야구장 개·보수(30억원), 군산 예술회관 건립(20억원) 등 체육·문화시설 건립 예산도 440억원(13건)이나 늘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한국의 도로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5위로 양호한 편”이라며 “도로보다는 항만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국회 심의 때마다 원칙이 틀어진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표밭을 위한 선심성 예산을 끼워 넣는 구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업 타당성 검사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