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금 개혁 의지의 후퇴를 우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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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수위의 공적 연금 개혁안 마련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 안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우려할 만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당초 연금개혁 의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무원연금의 경우 수급 체계는 그대로 둔 채 수혜 폭만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4개 공적 연금의 개혁이 과감하고 지체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연금개혁은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서 우리 후손이 짊어져야 할 엄청난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개혁의 방향은 자명하다. 4대 연금을 막론하고 노후 대비에 실질적인 보탬이 돼야 하며, 가입자 간에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단지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푼돈 연금’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연금다운 연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소득과표의 상한선을 과감히 허물고, 보험료율을 올리는 ‘더 내는 개혁’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세금 퍼주기식 노령층 부양은 곤란하다.

국민연금보다 오히려 시급성이 더한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공무원이 재정 주머니를 차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특혜를 유지하는 바람에 공무원연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올해만 해도 1조2600억여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등 해마다 국민 혈세로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더 이상 구조개혁을 미룰 수 없다. 수혜를 적당히 줄이는 정도로는 안 된다. 최소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수급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은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연금개혁은 박수는 없고 비난은 많은 한마디로 위정자에게 인기 없는 일이다. 그러나 후손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중차대한 작업이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 정부들처럼 공무원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나라 경제는 연금 문제로 발목이 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