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교농구 코치들의 途中下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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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남자고교농구 명문인 휘문고와 경복고가 잇따라 코치를 해임했다. 휘문고는 82년부터 팀을 이끌던 김원호(金元浩.58)씨를 1월24일자로,경복고는 93년 부임했던 신동찬(申東燦.40)씨를 14일자로 해임했다.두 사람의 해임에 대해 농구계의 눈길이곱지 않다.
중.고교농구팀이 코치를 바꿀 때면 반드시 잡음이 인다.학교팀들이 대개 학교당국.학부모.동창회 3곳으로부터 지원과 간섭을 동시에 받는 기형적인 구조가 큰 이유다.
학교에서 코치에게 주는 보수는 지나치게 적고 농구팀 운영비도상징적인 수준이다.부족한 액수는 모두 동창회와 학부모들이 채워준다. 학교와 학부모,동창회가 의견대립을 빚을 경우 으레 코치가 책임을 진다.휘문고와 경복고의 코치해임은 「감독」과 코치의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중.고교팀 감독은 대개 학교에서 팀관리를 위해 파견한 체육교사들이다.선수를 지 도하지는않지만 스카우트와 진학,예산등에 깊이 개입해 코치들과 갈등을 빚기 쉽다.
휘문고는 金코치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을,경복고는 申코치가오만불손하다는 것을 해임이유로 내세웠다.감독이 코치를 다루기 힘들므로 젊고 고분고분한 코치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농구 외적인 갈등이 선수를 희생시키고 농구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고3선수들은 진학하기로 했던 학교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리보전이 급한 코치들이 성적내기에 매달리고 눈치보기에 바빠서는 유망 선수를 발굴하고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 큰 선수로 기르기는 불가능하다.
학교농구의 운영구조를 개선하지 않는한 이런 농구계의 손실은 불행히도 막을 도리가 없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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