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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전기 먹는 ‘형광등 간판’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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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상가의 간판 조명은 은은하지만 글자는 오히려 더 잘 보인다. 지난해 간판의 크기를 줄였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교체한 덕분이다. [사진=최승식 기자]

국내 도시의 간판 조명은 요란하고 에너지 소비량도 많다. 1일 경기도 분당 미금역 주변의 상가 건물에는 수십 개의 간판이 형형색색 불빛을 뿜어내 어지러울 정도였다. [사진=김형수 기자]

1일 오후 10시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 사거리.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김모(대학생·21)씨는 책을 읽고 있었다. 김씨는 등지고 있는 9층짜리 C상가 건물에서 쏟아지는 간판 불빛을 의지하고 있었다. 건물 전면에 붙어있는 간판 92개가 뿜어내는 빛은 책을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이곳을 지나던 박주석(24)씨는 “간판 불빛이 너무 화려해 눈이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밤거리는 낮 못지않게 환하다. 백화점에서부터 동네 치킨집까지 네온사인과 번쩍이는 간판을 붙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화려하다는 프랑스 파리도 유흥가인 피갈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번쩍거리는 조명을 보기 어렵다. 중심가인 마들렌이나 자정까지 문을 여는 상점이 많은 샹젤리제 역시 밤늦도록 번쩍거리는 네온은 찾아볼 수 없다.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은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 간판은 크고, 많고, 튄다. 간판 조명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야외 조명 중 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간판 조명의 비율이 최소 1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에너지관리공단). 전국에 설치된 430만 개의 간판(행정자치부 조사) 가운데 78%는 조명이 설치돼 있다. 특히 310만 개 간판은 형광등과 백열등처럼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조명을 이용한다. 네온 간판이 5%나 된다.

전문가들은 간판의 조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도시 미관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간판 제작업체인 거성광고공사 김동율(49) 사장은 “간판 내부에는 형광등이 20㎝ 간격으로 촘촘히 들어간다”며 “형광등·네온등의 전력사용량은 LED 조명에 비해 8~10배나 된다”고 말했다. LED 간판의 제작비는 형광등의 5배이지만 수명은 100배나 된다. LED 간판은 시각적으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전국의 310만 개 형광등 간판의 절반만 LED 간판으로 교체해도 매년 813억원의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간판 조명을 교체하고 있는 강남구는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간판의 조명과 크기를 제한한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인근 압구정로 상가의 분위기는 미금역 주변과는 크게 달랐다. 강남구청 도시디자인실의 이준택씨는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복잡한 게 없어지고 가독성이 높아져 주민이나 상인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LED=전류가 흐를 때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1968년 미국에서 처음 적색이 개발된 이후 황색·녹색·청색·백색 등 다양한 색이 등장했다. 신호등과 전광판, 가로등, 전자제품의 표시등처럼 여러 곳에 사용된다.

◇특별취재팀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현기(도쿄)·전진배(파리) 특파원·천창환·박신홍·이현택 사회부문 기자, 송지영(숙명여대 법학과 3년) 인턴기자, 사진=최승식·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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