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藥분쟁 재연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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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韓-藥분쟁이 재연되리라는 짜증스러운 소식이다.이번에는 약사법(藥師法)개정도 아닌 한약조제지침 고시안을 둘러싼 대립이다.큰문제는 큰 문제대로,작은 문제는 작은 문제대로 사사건건 대립을벌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립이 지난 93년처럼 격화돼 양측 모두 상처를 입고 결과적으로는 일반 국민도 피해자가 되는 사태로 진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약사회도,한의사도 지난날을 거울삼아 문제를 어디까지나 대화로 풀어야 하고 ,보건복지부는 이번이야말로 조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한심스럽게 여기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조정력 부재(不在)다.이번과 같은 조제지침을 발표하면 반발이 일 것을 몰랐었는가.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전에 의견을 절충해 대립이 물리적 행동으로까지 번지는 일은 막아야 했을 것이 아 닌가.
이번 지침에 대한 한의사측과 약사회측의 대립은 1년전부터 있어온 것이다.조정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그러나 당국이 확고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고시안을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이랬다 저랬다 했기 때문에 갈등이 더 심해진 것이다.
당국의 소신없는 눈치보기 행정도 문제지만 한의사회와 약사회측도 대승적(大乘的)인 자세가 필요하다.어차피 지금은 과도기다.
문제의 뿌리는 한의학과 양의학의 통합이나 영역구분이 이뤄져 있지 않고,한방(韓方).양방(洋方) 어느쪽이나 할 것 없이 의.
약분업체계가 이뤄지지 않는데 있음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러나 이는 시일이 필요한 문제기 때문에 양방쪽의 의.약분업은 97년이후,한방쪽의 그것은 앞으로 5~7년간의 준비기간을 두기로 결정한바 있다.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그 과도기간중에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양쪽을 모두 흡족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봐야 한다.이번 문제의 성격도 바로 그런 것이다.그런 이상 이 시점에서 약사회나 한의사회로서는 일단 과도기적 모순은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준비를 서두르는게 더 중 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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