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측근도 내칠 줄 알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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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31면

Q. 기업 최고경영자(CEO) 또는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나 자질은 무엇일까요. (미국 LA에서 심플리치오 D 빅토리아)

A. 기업의 CEO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한가라는 질문만 했다면 우리 부부가 답변하기 아주 편했을 것입니다. 최근 2년 동안 이 칼럼에서 비즈니스 리더의 자질을 많이 다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는 다릅니다. 우리 부부가 정치 지도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없지요. 단 회사를 경영하거나 한 나라를 이끄는 데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신뢰성을 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첫째입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데 핵심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순간 국민이 그들을 반신반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위기 돌파가 어렵겠지요?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눈물을 둘러싼 진정성 시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아이오와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일격을 당하며 3위에 그치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의 효과였는지 그는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1등을 했습니다. 유권자들과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 눈물이 진심인지 가식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모든 후보자는 11월 4일 대통령 선거까지 이 같은 신뢰성 검증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둘째로 공통적인 자질은 미래를 볼 줄 아는 안목(비전)입니다. 비즈니스 리더가 미래를 볼 줄 안다면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만 “우리는 저기를 향해 가야 한다”고 선언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그 방향으로 가면 우리의 삶이 어느 정도 좋아지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유능한 인물을 골라내 제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비즈니스 리더나 정치 지도자는 유능한 인재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저 감별해 기용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깊은 통찰력을 내도록 하는 게 리더의 몫이라는 얘기지요. 이와 함께 리더는 복지부동하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할 줄 아는 야전 지휘관을 골라 임명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또 용기와 원칙을 가지고 측근들을 신상필벌하기도 해야 합니다.

넷째 덕목은 오뚝이 정신입니다. 쓰라린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정신입니다. 리더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뭔가를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리더가 오뚝이처럼 되살아난다면 실패할 때마다 더 현명해지는 소득을 얻게 됩니다.

다섯째는 위기를 예상하고 미리 대응하는 자질입니다. 예리한 육감과 직관으로 모퉁이 저편에 좋지 않은 어떤 악재가 숨어 있는지 간파해내는 능력입니다. 리더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조직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명운을 짊어진 정치 지도자에게 더 중요한 자질이겠지요. 마지막으로 리더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때 리더 자신이 앞장서든 아니면 다른 사람을 움직여 하든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약속한 바를 실천하고 무엇인가를 추진해 결과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유권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동안 지지해온 정당에 표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였으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표를 던집니다. 그러나 후보의 개인적인 특징을 보고 정당 지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찍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부부는 후보의 개인적인 특징 가운데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자질 또는 덕목이기 때문이지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뽑으면 실수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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