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 오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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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24면

투자자들에게 악몽 같은 1월이었다. 곰(약세장의 상징)의 날카로운 공격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몸을 낮춰야 했다. 1월 중 코스피 지수는 14%나 떨어졌다. 한국 증시는 중국(-18%)·인도(-10%)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정작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앙인 미국 증시는 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산이 높았으니 골도 깊었던 것일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심했다 싶다. 주가 급락을 재촉한 세력이 있었던 탓이다. 곰의 등에 올라탄 외국인 투자자들 얘기다. 한 달 동안 무려 8조50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시장의 불안감은 깊어갔다.

“이러다간 지수 1500선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1월 증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희망의 끈도 잡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펀드런(펀드 환매사태)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에도 주식형 펀드는 1조6000억원 늘어났다. 장기 투자의 믿음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돈을 넣는 투자자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가가 떨어지다 보니 여기에 대비한 주식의 상대적 가치는 부쩍 커졌다.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선까지 낮아졌다. 이는 역사적인 저점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내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점차 무뎌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1월 내내 하루 5000억원을 넘나들던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지난달 말 1000억원 아래로 줄어들더니, 2월 1일에는 776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도 ‘이제 이 가격에선 주식을 팔기 아깝다’는 판단에 도달한 듯싶다.

선진국 증시의 분석가들 사이에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킨들버그 효과’라는 게 있다. 금융자산의 가격이 거품 현상을 보인 뒤 떨어지기 시작하면, 적정가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일단 그 이하로 더 하락한 뒤 점차 제자리를 찾아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대세 하락장에서도 킨들버그 효과를 기대한 일시적 주가 상승흐름은 얼마든지 나타난다. 이른바 ‘베어마켓 랠리’다. 일부 증시분석 전문가들은 “2월 증시에선 베어마켓 랠리를 한번 기대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여기에 편승해 단기 수익을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자칫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길게 보고 서두르지 않으면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펀드를 조금씩 나눠 사들이는 게 훨씬 나은 투자자세로 여겨진다. 증시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을 당해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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