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침하면 세계가 감기 드는 시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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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02면

이번 호에서는 국제뉴스, 특히 미국에 주목했습니다. 뉴스 비중 면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두 날이 이번 주에 포함돼 있어서입니다. 8일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1·4·5·34·35면). 5일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결정되는 ‘수퍼 화요일’이죠(Special Report).

국제화 시대인지라 외국의 주요 사건이 곧바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지난해 최악의 사건이었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주택담보대출에 좀 무리가 있었나 보다’ 하는 정도의 안이한 판단이 많았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충분히 해결하겠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파는 주택금융을 넘어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물경제로까지 범람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 보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순항해온 국제경제 체제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는군요. 서브프라임은 돈을 갚을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입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왜 돈을 빌려주었을까요. 돈이 넘쳐났기 때문이겠죠. 세상의 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에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를 삽니다. 미국은 값싼 물건도 받고 돈도 다시 거둬들이는 셈이죠. 그러다 보니 미국 집값은 계속 오르고, 능력이 안 되는 미국인들까지 빚을 내 집을 산 거죠. 집값 올라서 번 돈으로 차도 사고, 컴퓨터도 바꾸고…. 능력 이상으로 과소비를 계속해 왔는데도 정부에선 호황을 유지하느라 돈줄을 죄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여전히 국제경제의 중심이라는 점이죠. 신흥 경제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를 합쳐봐도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중국 물건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도 미국입니다. 기축통화인 미국 돈(달러)이 흔들리니까 국제금융 시장이 요동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가 감기가 든다는 말이 아직 유효해 보입니다.

국제정치 면에서 미국의 중요성은 두 말이 필요없을 정도겠죠. 2001년 9·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휘둘러온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이제 거의 힘을 다한 느낌입니다. 그 마지막 고비가 이번 대통령 선거가 될 듯합니다. 선거과정 자체가 복잡한 데다 후보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아예 스페셜 리포트로 자세히 다뤘습니다.

마침 지난달 말 다보스 포럼에 참가했던 국제금융의 거물 조지 소로스와 한국의 문정인 교수(연세대)가 현지에서 보내온 칼럼이 모두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어 같이 실었습니다. 세계 지성들이 한목소리로 경고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해 보입니다. 어쩌면 문 교수의 지적처럼 세계는 지금 거대한 변환의 고비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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