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공직자는 적극 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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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비판 기능을 고려할 때 공직자는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高鉉哲대법관)는 29일 전직 검사 趙모(42)씨가 "편파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MBC와 취재기자 李모(35)씨를 상대로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언론사 측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MBC 측과 趙씨의 분쟁은 1999년 3월 시작됐다. 당시 李기자는 J씨에게서 "2년 전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판결까지 받았는데 검찰이 다시 같은 혐의로 기소를 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담당했던 趙씨를 찾았다.

李기자는 趙씨에게 "J씨가 검찰 조사에서 확정판결문까지 제시하며 '동일 사건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도 묵살한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趙씨는 "사소한 실수에 불과하다"고 되풀이한 뒤 "기자가 무슨 사실을 확인하느냐. 당신이 수사관이냐"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MBC 측은 3일 뒤 '한심한 검찰'이란 제목을 통해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전과 기록 조회를 하지 않은 채 이중(二重) 기소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J씨가 검찰에서 같은 사건으로 처벌된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확정판결문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1, 2심 재판부는 "언론사 측이 확인작업을 소홀히 해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각각 1억원과 6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제한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보도는 이 같은 허용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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