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아사히 보면 야당 응원단 같은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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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신문사 논설 주간들의 설전을 보도한 31일자 아사히 신문. 3사 공동 웹사이트인 아라타니스(www.allatanys.jp)는 각 코너를 세로로 3등분해 각 신문의 기사 제목을 나란히 게재, 한눈에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최대한 부각시켰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올 1월 1일자 사설에서 정권 선택을 총선거에서 (유권자에게) 묻자고 썼는데, 이건 결국 빨리 민주당(제1야당)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요미우리신문 아사쿠라 도시오 논설위원장)

“(아사히신문이) 마치 민주당 응원단이 돼 사설을 썼다는 도발처럼 들려 나도 한마디 되받아야겠는데…. 아사쿠라 논설위원장의 말씀은 전부 여당(자민당) 사람들 말하고 똑같아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여당 기관지처럼 돼 있는 느낌이에요.”(아사히신문 와카미야 요시부미 논설주간)

“지금 일본 경제의 실태를 잘 파악한 다음 선거 등 정치 일정을 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혼란에 빠지고 말아요.”(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오카베 나오아키 주간)

일본을 대표하는 3대 신문사인 아사히·니혼게이자이·요미우리의 논설 책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가시 돋친 공개 설전을 벌인 내용이 31일자 3개 신문의 지면에 그대로 실렸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이날 대담은 3사가 공동으로 만든 웹사이트 ‘아라타니스’(http://allatanys.jp)의 공식 출범에 맞춰 이뤄졌다. 네티즌들이 논조가 서로 다른 세 신문의 사설을 비교해 읽게 하고, 일반 기사는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사가 공동 출자한 사이트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논설 책임자들이 “우리는 서로 다르다”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 공동 웹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이었다.

주로 진보 성향의 아사히와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간에 불꽃이 튀었다.

먼저 아사히의 와카미야 주간이 “일단 선거를 해 유권자의 뜻을 확인한 다음 그 결과로 (여야 간) 대연립이 이뤄질 순 있다”고 하자 요미우리의 아사쿠라 논설위원장은 “선거에선 대연립 여부를 (유권자에) 묻는 것도 아닌데 논리가 이상하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와카미야 주간이 “50년 이상 한 정당(자민당)이 정권을 쥐고 있는 건 민주주의 국가로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서방국가들도 기이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아사쿠라 논설위원장은 “단순히 양대 정당제가 바람직하다는 ‘이상론’으로 정권을 바꾸자는 (아사히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월 7일자에서 독자적인 연금제도 개혁안을 선보이며 “소비세를 5% 늘리고 12조 엔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제안 자체가 획기적”(요미우리)이란 호평이 나오기 무섭게 “역의 불공평을 초래할 수 있다”(아사히)는 따끔한 지적이 오갔다.

외교와 관련해서도 요미우리의 아사쿠라 위원장이 “미·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자, 아사히의 와카미야 주간은 “이번에 한국에서 대통령이 바뀌는 시점에 (고이즈미가 아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가 총리여서 다행”이라며 아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3사 공동 웹사이트=각 신문사의 홈페이지와는 별도로 세 신문의 사설, 주요 기사, 사회면 기사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세 회사가 공동 출자해 사업조합을 만들었다. 네티즌이 각 신문 논조의 차이를 즐기고 신문 해설기사의 깊이를 비교함으로써 신문 읽는 재미를 다시 한번 불러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저명 인사 10명이 번갈아 가며 세 신문을 읽은 감상을 칼럼 형식으로 소개도 한다. 사이트명 ‘아라타니스’는 ‘새롭게 한다’는 일본어 ‘아라타니 스루’를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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