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법인은 동화 속 백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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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시장에 ‘백기사’가 등장했다. 외국인은 물론 개인까지 돌아선 시장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기타법인’ 얘기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타법인의 올해 순매수 금액은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인 투신권(1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31일에도 100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쏟아내는 매도 물량으로 불안한 증시를 그나마 지탱해 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백기사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 있다. 규정상 기타법인은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법인을 의미한다. 통상 자사주를 매입하는 상장법인과 소형 투자자문사 정도로 인식해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타법인의 거래량은 자사주 거래 물량과 엇비슷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세가 확 바뀌었다. 며칠 연속 1000억원대 이상을 사들이는 일이 종종 벌어진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체 파악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주식형을 비롯한 뮤추얼 펀드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는 본래 투신 자금으로 집계하지만 뮤추얼펀드는 법인이어서 기타법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 초 기타법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미래에셋이 보유한 종목과 상당히 겹쳐 이 주장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증권선물거래소가 미래에셋 측에 확인한 결과 자사 펀드는 모두 투신으로 분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단 거래소 측은 설정액이 94조원에 이르는 사모펀드가 기타법인의 주도세력이 아닌가 심증을 두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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