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상외에는 길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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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與野)가 뒤늦게나마 협상으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선거를 불과 석달 앞두고 날치기를 강행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명색이 정치를 한다면서 체력(體力)으로 국회의장단을 「억류」하는것도 말이 안된다.처음부터 대화로 할 일을 서로 간에 모양을 구길대로 구긴 후에야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안타깝다.
협상을 시작한 이상 여당은 선거법개정안의 날치기 통과는 결코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고,야당은 즉각 「억류」를 풀어야 할 것이다.여당은 일방강행 포기를 보장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협상기간중엔 강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으 나 설사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선거법은 결코 날치기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야당도 여당이 선거법 날치기는 차마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약점으로 삼아 밀고나가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지방자치제를 추구한다는 국가적 차원 에서 대화에 임해야 옳다.
그리고 쟁점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 문제도 시간에 쫓긴 나머지갈라먹기식의 졸속 흥정으로 결말을 내서는 안된다.가령 정당공천과 배제의 기준을 인구 50만명 또는 30만명으로 한다면 그럴경우 예상되는 상황전개와 장단점.부작용등을 면 밀히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그러자면 전문가의 사전검토가 있어야할 것이고,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국민이 미리 알게 하는 것도필요하다.1년전 자기들이 합의한 법을 이제 와 고치자고 나선 민자당의 허둥대는 모습과 같은 일이 재연되어서야 되겠는가.시간이 바쁘긴 하지만 차근차근 이런 과정을 밟을 여유가 없는 것은아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초단체에서는 정당공천을 하지않는게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해왔다.그러나 공천배제를 위해 선거법을날치기하거나 정국이 파국(破局)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본다.공천배제 때문에 30여년만에 완전 부활되는 지자제가 처음 부터 엉망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우리는 협상을 환영하고조속한 타결을 촉구한다.이번에 표출한 현자치제도와 행정구역의 여러 문제점은 6월선거후 장기과제로 진지한 검토를 한다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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