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한마디>고미술 과세표준율등 낮춰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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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올해는 「미술의 해」다.
그리고 정부가 정한 세계화의 원년(元年)이기도 하다.
이때를 맞아 우리 미술계에는 미술문화.미술시장의 세계화를 위해 실제적인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과제가 지워졌다.
세계화란 과연 무엇인가.쉽게 말하면 우리 문화를 세계속에 널리 알리고 다른 나라 문화에도 우리가 눈을 돌려 관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의 여건으로는 이런 「장미빛 세계화」가멀기만 하다.우리 앞에 수십년전에 제정된 구법(舊法)들이 태산같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문화재보호법이 그렇고 부가가치세법과앞으로 시행될 미술품양도소득세법이 그렇다.
미술품 경매시장을 하나의 예로 들어보자.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미술품을 다루는 경매제도가 없다.경매제도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보호법 때문이다.
경매는 각 나라의 미술애호가들이 모여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인데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다 해도 현행 문화재보호법 아래서는 자신이 산 물건을 가지고 공항을 통과할 수 없다.50년전에 만들어진 것은 모두 문화 재로 규정,보호대상으로 삼고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고 아끼자는 취지는 백번 옳지만 깨진 기와조각까지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내용은 지나친 점이 있다.토기조각 하나하나를 문화재로 규정하기보다 오히려 문화재 각각에 등급을 매겨 지킬 것은 지키고 밖으로 내보낼 것은 내 보내 한국문화를 소개할 기회를 만들어야만 한국문화가 세계에 알려지지 않겠는가. 부가가치세법을 보자.부가가치세법은 그 많은 예술품 가운데 고미술품만은 거래때마다 부가세를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세법이다.이 법은 국내 영세 고미술상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법이기 이전에 외국과의 거래때 외국상인들을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는 난해한 법이기도 하다.
또 소득세 과세표준율은 어떤가.고미술품의 과세표준율은 무려 40%다.과세표준율 40%란 총매출액의 4할이 이익이라는 말로써 어느 서비스업에서도 이렇게 높은 과세기준을 찾아볼 수 없다.있다면 고급 룸살롱에나 적용될 정도인데 과연 고 미술 상인들이 고급 룸살롱의 사장과 같다는 말인가.
이밖에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부과는 현재 시행유보 상태지만, 이대로 간다면 다음해부터 시행될 세법이다.이 법이 갖고있는 문제점은 세금 그 자체보다 부동산 투기에나 적용될 세법을 고미술품 거래에 적용시킨다는 비문화적 시각인 점이다.좋은 고미술품을 애호하고 가까이 놓았다는 이유로 투기꾼과 똑같이 취급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법들을 현실에 맞게 고치지 않고서는 세계화는커녕 작은 전시회 하나도 제대로 개최하기 힘들다.
모든 일에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올해는 「미술의 해」인만큼 여러 방면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정부에서도 미술문화의 진흥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부분의 일이 미술인.미술상인 우리 자신들의 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그래서 미술의 해 한햇동안 우리미술인들의 준비작업이 시작돼 활기차게 가동될 것을 기대해 본다 <김대하 前고미술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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