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시장 외국업체 각축장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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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93년 1월 외국인투자등록을 마친뒤 지점개설 시기를 관망해온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지난 6일 호텔신라안에서울사무소를 정식 개설했다.지점장은 뉴욕 크리스티에서 한국미술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김혜겸(37.여)씨.
이번 크리스티의 서울사무소 개설로 국내시장에는 세계 2대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본격적인 각축시대가 열리게 됐다.
미술시장에서는 크리스티 진출을 계기로 일본에 있는 한국고미술품들이 경매시장을 통해 국내에 빠르게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미술품의 경우 소더비가 미국과 유럽쪽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크리스티는 상대적으로 일본의 고미술 상인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金씨는 『크리스티 서울사무소는 어디까지나 연락사무소 성격』이라며 『한국미술품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만큼 한국고객들에게 경매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일이 주요업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金씨는 특히 경매여부에 대해 『크리스티는 앞으로 한동안 한국에서 직접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인사동등 국내 고미술품 시장에서는 소더비에 이어 크리스티까지한국에 진출한데 대해 충분히 예상한 일이라며 크게 놀라워하지 않는 분위기다.90년 서울지점을 개설한 소더비의 경우만 봐도 경매사가 국내에 들어와 할 수있는 일이 한정돼 있고 또 고미술품 시장이 비록 90년대 들어 빠르게 세계미술품 시장에 편입되고 있는 중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해외에 있는 한국미술품을 되찾기 위한 거래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이들이 결국은 국내상인들의 할일을 대행하거나 도와주는 역할 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때문이다.
공창호(孔昌浩.공창화랑대표)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국내 고미술품 상인들은 『크리스티가 서울에 진출한 것은 몇년 사이에 한국의 고미술품 시장이 상당히 커진 것을 반증한다』며 이를 계기로『고미술품의 유통물량이 늘어나 국내시장이 다소 활기를 띨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미술품 거래가 경매를 통해 공개됨으로써 일반이 가진 고미술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들 세계적 경매회사의 한국진출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1백년 넘게 쌓아온 경매 노하우나 전세계를 커버하는 정보망,그리고 세련된 마케팅 솜씨등은 언젠가는 국내상인들의 설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욱이 수년안에 맞게 될 미술품시장의 개방과 컬렉터층의 세대교체등이 맞물리면 영세한 국내상인들은 거대한 자본을 갖춘 이들경매회사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소더비 서울지점의 조명계(曺明桂)사장은 『소더비가 처음 진출했을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경매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상인들과의 직접 마찰은 없었다』며 크리스티 역시 국내시장에서 소더비와 경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소더비의 로드 카모이스 부회장이 밝힌 한국미술품 시장규모는 소더비 총매출의 0.2%정도.
크리스티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미술품 시장은 성장속도가 빨라 소더비나 크리스티외에도 해외의 군소경매회사 2개사가 한국진출을 위해 합작선을 물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에서 프리뷰전시를 가진 소더비는 오는 24일 뉴욕에서 1백점에 이르는 한국미술품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며, 크리스티 역시 4월11일과 12일 서울사무소 개설기념 프리뷰전시를 서울서 개최하고 4월26일에 뉴욕에서 한국미술품 경매를 개최할 계획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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