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달러貨시대 종말 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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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제 준비통화로서의 달러貨의 지위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18개국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엔화와 마르크화에 대해 연일 전후(戰後)최저치로 곤두박질하고 있다.달러화는 전통적으로 약세통화인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까지 하락하고있다. 美 리먼 브러더스증권의 외환담당자인 제레미 호지스는 『세계경제의 다변화로 달러화의 힘은 계속 약해지고 있으며 갈수록많은 사람들이 엔이나 마르크.프랑화 등 다른 통화를 보유함으로써 달러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한 다.영국 S G 워버그증권의 경제분석가인 조지 매그너스는 『달러화 약세의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한다.
먼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너무 크고 게다가 계속 불어나고있다. 반면 미국의 투자자본은 꾸준히 해외로 향하고 있다.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이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지난해말 현재 미국의 외채는 무려 7천5백억달러에달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과열이 수그러들었다며 통화긴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오히려 멕시코 금융지원을 위해 달러화를 풀어야 할 입장이다.
금리도 문제다.10년만기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할 때 인플레를감안한 미국의 실질금리는 4.35%로 독일(5.4%)이나 일본(4.4%)보다 낮다.그럼에도 FRB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달러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매그너스는 『달러화는 1~2개월내에 90엔과 1.35마르크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 달러화 하락을 저지할 방법은 있다.美FRB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독일은 수입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마르크의 강세를 수용하는 가운데 인플레억제를 위해 오히려 금리를 올릴 태세다.미국도 수출증대를 위해 달러약세를 용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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