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파생금융상품 小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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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7년 업무상으로 파생금융상품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했기에이것저것 뒤져본 일이 있었다.그때 느꼈던 바는 한마디로 복잡난해하다는 것이었다.그래도 자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책에선가본「35세 이상은 이해불능」이라는 표현 때문이 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영국 베어링 금융그룹을 파산시킨 장본인 닉 리슨의 나이가 28세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혼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아무튼 이제 파생금융상품을 모르고서는 금융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니 나이만을 탓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게된 듯 하다. 예컨대 미국 주요상업은행 중의 하나인 JP모건의 경우 93년 12월말 현재 원상품(原商品)에 해당하는 대차대조표상 각종금융자산의 총액이 1천3백38억달러인데 비해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잔액은 무려 1조 6천5백35억달러에 이르고 있 다.
오늘날 파생금융상품은 그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가 어려울 만큼다양하게 개발돼 있다고 하나 모든 상품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즉,소액의 수수료나 증거금만을 지불하고서도 장차 계약조건만 충족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점이다.
따라서 예측이 빗나갈 경우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이와같이 상품자체에 내장된 위험 이외에도 베어링을 파산시킨 예에서처럼 담당딜러가 월권행위를 하더라도 상품의 거래속성상 이를 포착하기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이중적 위험으로 말미암아 파생금융상품은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믿기지 않을지 몰라도 뉴욕의 월가(街)에서 파생상품을개발한 주역들은 대부분 수학자나 과학자라는 것이다.이러한 유능한 과학자의 지원이 없었다면 상품개발은 불가능 하였다니 그들의기여가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나가자는얘기는 결코 아니다.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이익이 된다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과제가 아닐까 여겨진다.위험에는 언제나 호기(好機)가 따르게 마련이니까.
〈韓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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