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의 매듭.대전환 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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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방 50년에 3.1운동 76돌을 맞았다.韓日 두나라가 제각기「해방 50년」과「종전(終戰)50년」이라는 주제로 지난 역사를 회고하고 반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도덕적.감정적 차원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과거를 강변(强辯) 하고 미화하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일본(日本)은 전후 50년을 청산하고 일제(日帝)의 지난 만행을 사죄한다는 뜻에서 국회가 부전(不戰)결의를 하자고 했지만 보수 우익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 궐기대회와 가두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종전 50주년 국회의원 연맹 」까지 결성해 2차대전때의 전몰자 추모대회를 대대적으로 계획하고,식민지 침략의 망령을 되살리는 복고풍 제국주의 패권바람을 몰고 있다.
새로운 제국주의 패권의식의 고취라는 위험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우리는 어떠한가.구총독부 건물을 허무는 고유제(告由祭)를 지내며,조선왕궁 건립이라는 대역사를 벌이는 민족정기 복원작업을 시작했다.망국(亡國)의 恨과 식민지지배의 치욕의 역사를 청산한다는 의미는 크지만 지나치게 외형적이고 감정적 호 소로 일관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따른다.한쪽은 제국주의 패권의식을 서서히 키우고,다른 한쪽에선 감정적 대응으로 부수고 주먹만 움켜잡는다고 지난날의 역사가 청산되고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연대가맺어질 수는 없다.
광복 50년,역사의 매듭을 짓고 새로운 대전환을 시도해야 할중대한 시점에 韓日 두 나라는 서 있다.감정의 앙금을 내면화하고 상부상조의 東아시아문화권 형성을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해야할 시점이다.이를 위해 일본은 지난 역사를 보 다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사를 국회를 통해 반성하고,다시는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해야 한다.그런 사죄의 바탕 위에서 전후 50년 역사를 청산하고 대전환의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도 이젠 일제 잔재의 청산을 외형적이고 감정적인 현상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본과의 무역역조를 개선하고,일본의 산업기술을 배우고 능가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극일(克日)에 충실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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