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당신을..."총체劇 두편 한판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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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복 50주년을 맞아 연극.무용간에 총체극을 통한 한판 대결이벌어진다.총체극이란 미술.음악.연극.무용등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거나 선별적 해체를 통해 독립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연극쪽에선 신명예술단이 오는 8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총체극 『당신을 보았습니다』를 올리며, 무용쪽에선 춤패.춤세상이 오는 11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서사총체춤극『백두산』을 선보인다.
19세기 리하르트 바그너에 의해 시작된 총체극은 20세기 후반 상징주의자들에 의해 활발한 장르간 벽허물기로 발전됐다.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예술의 전당이 공연한 『영고』를 비롯,4~5편의 총체극이 시도됐으나 장르간 조화나 통일성 이 부족해 단일 장르에 비해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백두산』은 시인 고은(高銀)의 대하서사시로 85년 시작해 9년만인 지난해 3부작 전7권이 완간된 대작.
백두산을 배경으로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섰던 우국지사들의열정을 그린 이 작품을 춤패 춤세상이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3시간짜리 대형총체춤극으로 꾸몄다.
총체춤극이란 관객들에게 극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전달하기 위해 춤사위와 움직임을 뼈대로 삼아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양식이란 게 연출자의 말.대사는 극적 효과상 필수적인 장면에만 예외적으로 사용된다.
홍범도.김좌진의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비롯해 김일성이 참가했다고 전해지는 동북항일연합군의 보천보전투등이 상징적 장면을 통해 객관적으로 재조명된다.또 독립군가.러시아 민요.학도가등이 어우러지고 민족무예인 경방이 시연되는등 장르를 뛰 어넘는 결합이 이루어진다.
대본.연출.안무등 1인3역을 맡아 공연을 진두지휘중인 박만호씨는 『이제까지 국내 총체극은 주로 나열식 겉돌기의 물리적 결합에 그쳐 실패를 자초했다』고 진단한 뒤 『풍물장단과 남성춤사위를 축으로 노래와 무예,연극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미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당신을 보았습니다』는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찾아나선 학생들의 얘기.마당극 중심으로 민족극 운동에 앞장서온 박인배씨가 연출을 맡아 총체노래극으로 꾸며진다.해금.피리.대금.풍물이 신시사이저.기타와 어울려 굿거리 장단에서 민요.헤비 록.랩까지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 극은 마당극을 현대적 총체극으로 풀어 놓는 작업.극 전체를 여덟마당으로 꾸민 것과 민요가락을 군데군데 섞고 춤사위가 뒤를 받쳐주는 형식을 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근래 영화배우로도 성공한 중견 연극배우 최종원이 만해역을 맡아 『색시공』이후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출연하며 마당놀이패 30여명이 출연,신명나는 노래극을 선보인다.
총연출을 맡은 박인배씨는 『빠른 템포로 일관된 긴장감을 유지,장르간의 결합으로 조화를 잃기 쉬운 총체극의 약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총체극은 결국 우리 형식의 공연문화를 찾아나서는 작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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