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38> ‘칼 갈기’ 아직은 늦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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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20면

새해의 첫 달이 다 기울었다.

다가오는 구정 연휴기간을 바쁘게 보내다 보면 2월도 한순간이다. 그러면 이내 3월 봄 시즌으로 접어든다.

구정 연휴를 끝으로 ‘칼 갈기’에 들어가도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마음에 조급증이 일게 마련이다. 여기저기에서 시즌 개막 라운드를 하자는 ‘러브 콜’을 보내오면 벼락치기 공부가 되기 십상이다.

아직도 아무 준비를 하지 않는 골퍼가 있다면 ‘학업’에 뜻이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골퍼는 스윙의 기초가 튼튼할 경우 2008년에도 평년작은 할 것이다. 그러나 곧 알게 되리라. 토라진 골프의 여신은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감히 예언하건대, 한 해 농사는 힘겨움의 연속이리라.

필자는 최근 이런 경험을 했다. 이곳 브리즈번에서 알고 지내는 골퍼 가운데 “퍼트 때문에 또 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분이 있다. 한 3주 가까이 그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그와의 마지막 라운드는 조금 불편하게 끝났다. 연패를 당한 그는 “당분간 골프를 치지 않겠다”며 휑 하니 가버렸다.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라운드 날짜를 잡자는 내용이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의 퍼트는 3주일 전과 딴판이었다. 2~3m 거리의 파 퍼트는 홀 안으로 똑똑 떨어졌다. 5~6m거리의 보기 퍼트 위기에서도 파 세이브를 척척 해냈다. 전반 9홀이 끝났는데도 시작할 때 줬던 핸디(캡)가 회수되지 않았다.

“퍼트가 예사롭지 않네요. 칼 좀 갈았나 봅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래서 또 물었다.

“몇 주 사이에 얼마나 열심히 퍼트 연습을 했기에 그렇게 됩니까. 비결을 일러주세요.”

“어때, 좀 달라졌나.”

“그럼요. 그 정도 퍼트 실력이면 프로 수준 아닌가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는 씩 웃으면서 “지난 3주일 동안 하루 30분 이상 퍼트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3주 전 라운드에서 버디만 네 개를 얻어맞고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해서 퍼트 연습을 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루에 30분 연습한 실력이 아닌데요?”

그러나 그는 정색을 하고 “30분 이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최소 하루 한 시간 이상 퍼트 연습에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날 필자는 그에게서 핸디를 회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2주일 뒤에 또다시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멤버로 있는 골프장의 회원친선대회에서 70대 스코어를 기록했다며 크게 기뻐했다. 그는 “퍼트 연습의 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곳 브리즈번은 지금 한여름이지만 한국은 겨울이다. 가끔은 한겨울 라운드가 그리울 때도 있다. 겨울 그린에서의 퍼트 요령 한 가지. 키포인트는 ‘가속도’다.

겨울철 그린은 매끄럽게 관리되지 않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이 굴러가곤 한다. 홀 주변에서 볼의 방향이 획 하고 틀어지기 일쑤다. 따라서 겨울철 그린에서는 ‘볼의 속도’가 중요하다. 가속도 있게 공을 치지 않으면 턱없이 짧은 퍼트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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