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새 정부 교육정책의 성공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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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새 정부는 우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내신과 수능 등급제, 내신 실질 반영률 문제에서처럼 이전의 정부는 교육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들었다. 결국 피해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의 간섭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앞으로 자율을 추진하는 동안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간섭하기보다는 각 교육기관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여건을 마련해 주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실제 학교현장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런 목적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과거 정부들은 일종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려한 장식과 같은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지만 실제 교육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학생 간의 경쟁만이 아닌 학교 간 경쟁, 교사 간 경쟁을 통해 학교현장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 다양화 300’과 ‘3단계 대입 자율화’를 통해 각 학교의 다양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 운영이 확대돼야 한다. 대학도 단순히 내신의 일률적 반영이 아닌 각 프로그램을 차별적으로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될 것이다. 현재같이 단순히 입시·암기 위주의 수업과 시험이 반복되면 학원에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학교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교사마다 차별화된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이 이뤄지고 대학이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학교가 학원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기존의 어떤 정부보다도 각 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교육 수요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정보공시제가 본격 시행돼 초·중·고에 대한 학교정보뿐만 아니라 취업률을 비롯한 대학정보도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앞으로 각 학교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를 비롯해 여건이 취약한 지역에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여건개선을 위한 도움을 받을 명분이 생길 것이다. 과거처럼 학교가 다양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변화없이 그대로 있기만 한다면 학부모와 학생이 이제 더 이상 학교를 그냥 봐주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우수 학생을 기르려 노력하지 않고 만들어진 우수 학생 선발에만 의존하는 등 과거에 안주하는 명문 학교는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일반 교육소비자에게 점차 외면받게 될 것이다.
 
선진국 진입은 학생들이 초·중·고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해 우수한 인재가 많이 길러질 때 가능하다. 5년 후 이명박 정부에서 대한민국이 교육강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길 바란다. 또 그렇게 되도록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