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일연의 꿈,삼국유사"낸 소설가 趙星基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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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삼국유사는 우리민족의 가장 위대한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여기에 기록된 설화에는 민족정서의 원형이 숨어 있습니다.병적인 현대사회의 파편화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신화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설화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소설가 조성기(趙星基.44)씨가 삼국유사(三國遺事)를 현대적인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소설 『일연의 꿈,삼국유사』(민음사刊)를 펴냈다.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때 명승 일연이 쓴 사서로 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풍부한 신화.전설.설화.시가등 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일연의…』는 삼국유사의 순서를 따라 설화를 소제목별로 재구성하고 부분적으로 재해석을 시도한 책.설화의 세계에 현실감을 주기 위해 정사인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을 정치.사회적인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국유사에는 설화의 줄거리만 있습니다.여기에 삼국사기의 기록을 끌여들여 그 설화를 현실세계처럼 구체적으로 그려보려 했습니다.그리고 이왕이면 신화가 어떤 정치권력의 갈등속에서 탄생하고 이용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신화의 내용을 재해석 해 보려 했습니다.유리이사금과 탈해의 신화는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재해석한 설화들입니다.』 『일연의…』는 설화의 세계와 정치.사회사가겹치는 공간에 놓여있다.현실과 신화의 경계가 무너진 공간.마르케스와 보르헤스가 모더니즘의 인식론적 상상력을 넘어서는 마술적리얼리즘의 세계를 펼쳐보였던 제3의 공간.趙씨는 도구적 이성이지배하는 현대의 비인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공간에 신화와과학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화는 삶에 전체적인 의미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일종의 통합기능을 하는 셈이지요.현대를 거대서사가 무너지고파편적인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라고들 합니다.이 말은 현대인들이신화를 잃어버렸다는 뜻이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화를원하고 있습니다.마르케스와 같은 소설적 시도도 신화적 상상력을회복하기 위한 모색이 아닌가 싶습니다.삼국유사에는 마르케스를 압도하는 신화적 상상력이 있습니다.』 趙씨는 현대의 정신적인 문제는 신화를 잃어버리면서 생겨났다고 말한 칼 융이 동양적인 세계로 지적 탐색을 시도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그리고 이념대립으로 황폐해진 민족정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구이념의 수입에 앞선 민족신화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신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믿는다는 趙씨는 앞으로 우리민족의 설화세계를 재해석하는 작업을하고 싶다고 한다.
趙씨는 3월중으로 『일연의…』를 쉽게 풀어쓴 어린이용 삼국유사도 낼 계획이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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