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녹이는 ‘군고구마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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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구마를 굽고 있는 이웃사랑해 회원들. 왼쪽부터 조수현(41)·이원천(37)·최춘식(44)·박남수(42)·이상근(47)· 손상흠(41)씨. [이웃사랑해 제공]

 “따끈 따끈한 군고구마 사랑 나눠드려요.”

 울산시 북구 천곡동의 대동아파트 주민 6명이 7년째 겨우내 군고구마를 팔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신화엘리베이터 사장인 조수현(41)씨를 회장으로 구성된 ‘이웃 사랑해’라는 모임.

 21일에도 고구마를 구워 팔아 모은 수익금 546만8310원을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새 교복을 장만해주라”며 북구청에 기탁했다. 지난해 12월말부터 이달초까지 8일간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일원에서 직장 근무를 마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밤잠을 설치며 번 돈이다.

 조 회장은 “오래 하다보니 우리한테 고구마를 사주는게 이웃 돕는 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고구마 한 개를 집어들고 10만원을 내고 가는 사람까지 있다”며 “회원뿐 아니라 동네사람까지 ‘군고구마 사랑’에 동참하는 이웃이 늘어 겨울 추위에도 마음은 푸근하다”고 말했다.

 회사원·사장·자영업자 등 아파트 이웃사촌들로 구성된 이웃사랑해 모임은 2001년 같은 아파트의 소아암 환자에게 치료비를 마련해주기 위한 군고구마 팔기에 나섰다. 조 회장이 대학시절 군고구마 장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려 1인당 12만원씩 갹출해 장사밑천을 마련했다.

  손상흠(41)씨는 최근에 가입한 수습회원이다. 최소한 2년간 군고구마 장사를 사심 없이 꾸준히 돕는 자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주기로 한 회칙에 따른 것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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