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도둑맞은 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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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황이중 6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장면도(56~69)=흑▲가 귀를 노린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백△로 좁게 지켜둔 것은 바로 그런 위험에 대비한 것. 나바론 요새 같은 귀를 흘낏 바라본 황이중은 56으로 중앙의 요소를 향해 달려갔고 이세돌 9단 역시 특별히 급할 게 없다는 식으로 천천히 57로 실리를 벌어둔다. 이런 분위기였기에 황이중이 58, 60으로 젖혀 잇자 젊은 기사들 사이에선 “벌써 끝내기네”하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끝내기라. 이세돌 9단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끝내기로 끌려가고 있다. “백집이 짱짱해요. 덤 내기 어려운 바둑입니다.”

 61이 바로 그때 터져나왔다. 바늘 끝만 한 빈틈을 포착한 이세돌의 강수. 황이중의 큰 눈이 부릅떠졌다. 곧이어 장고와 한숨소리. ‘참고도1’ 백1엔 흑2가 있다. A로 젖히는 패는 불가하고 그래서 3, 5로 잡으러 갈 수밖에 없는데 8로 끊겨 백이 걸려든다. 놀란 황이중은 62로 물러섰고 65까지 알토란 같은 실리를 몽땅 내주고 말았다. 황이중은 아마도 도둑맞은 심정이었으리라. 그러나 그가 조금 더 침착했더라면 환난 중에도 살길이 있었다.

 ‘참고도2’ 백1이 쌍방의 급소. 흑2로 이었다가는 백5의 호착으로 걸려든다. 따라서 ‘참고도3’이 정답. 이건 실전과 비교할 때 덤 가까운 차이가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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