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門"출간 이호철씨-구치소생활중 나눈 통일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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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74년 문인 간첩단사건 때 10개월간의 구치소 체험을 바탕으로 쓴 이호철의 장편 『門』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88년 『문예중앙』에 분재됐던 『門』은 이호철 전집에 포함됐으나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단행본으로 나오 게 됐다.
『이 작품은 분단현실에 대해 선(先)민주화 후(後)통일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발표 당시의 이념대립이 첨예한 사회분위기보다 동구몰락이후 이념의 거품이 사라진 지금 더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門』은 李씨가 구치소 생활동안 실제로 체험한 사실을 썼고 등장인물도 대부분 실제인물을 모델로 했다.중심인물인 남파간첩 사형수 강씨도 실재인물이다.소설은 화자가 옆방에 수감돼 있는 사형수 강씨와 서신을 통해 통일에 대한 견해를 교 환하는 장면에서 그 메시지를 드러낸다.
사형수 강씨는 자신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전향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다.화자는 강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북의문은 남북의 구치소문이 열리는 데서부터 비롯돼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을 피력한다.이념을 빙자한 독재가 사라지 는 지점이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난 시대 남과 북의 백성들은 권력의 볼모와 같은 존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북한에선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념대립이 막아놓은 인간과 인간의 상호소통의 문을 트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 민 주화가 진행된 남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李씨는 남한의 권력이든북한의 권력이든 통일을 방해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통일시대를앞둔 문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문학도 스스로 지난 시대의 도덕적 우월성과 현실적 열패감에서 벗어나려는 자기반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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